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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트롤 부대, 중국 우마오당 … 집권당이 댓글부대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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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외식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은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러시아 댓글 부대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 2011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서빙하는 프리고친(왼쪽). [AP=연합뉴스]

외식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은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러시아 댓글 부대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 2011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서빙하는 프리고친(왼쪽). [A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최소한 30개국의 정부가 댓글부대를 암암리에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30개국 정부 댓글부대 운영 #트롤부대, 미 대선 때 힐러리 흠집 #우마오당은 중국 공산당 찬양 목표 #반정부 댓글 신고 건당 85원 받아 #두테르테·에르도안도 사이버 부대 #독재자일수록 통제 위해 여론조작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좌우할 수 있다”는 공작적 사고방식에 따른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의 2017년 12월 조사 결과다.

러시아의 트롤 부대(Troll Army), 중국의 우마오당(五毛黨)이 대표적이다. 특히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부일수록 자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다.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렘린 트롤 부대’의 경우 SNS를 통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트롤 부대의 본거지로 알려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nternet Research Agency)’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부가 있다.

IRA의 목적은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고, 반대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미지에 흠을 내는 것이었다. IRA는 미국인들의 신원을 도용해 SNS 상에 허위 계정을 개설하고 ‘힐러리 클린턴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힐러리는 사탄이다’ 등의 거짓 메시지를 흘렸다. SNS 사용자들의 정치성향을 파악해 미국 네티즌으로 위장했다. 페이스북도 IRA의 활동을 파악했다. 페이스북은 미 의회에 “대선 기간중 IRA가 3000건에 달하는 광고를 통해 1140만 명의 이용자와 접촉했고, 그들이 작성한 게시글은 1억2600만 명에게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IRA의 돈줄은 ‘푸틴의 주방장’으로 불리는 외식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이다. 그는 미 대선 2개월여 전부터 월 최대 125만달러(약 13억4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IRA의 활동은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브렉시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든버러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설됐다고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 419개가 브렉시트 관련 게시물을 활발하게 작성했다.

중국 정부는 이른바 ‘50센트 부대’라는 의미의 ‘우마오당’을 운영한다.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고 국내의 반정부 여론을 불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우마오당의 이름은 반정부 댓글을 발견해 정부에 알리면 건당 5마오(약 85원)를 수당으로 받는데서 유래했다.

우마오당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다. 하버드대 연구진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약 200만 명에 이르며 매년 4억4800만개에 달하는 댓글을 작성한다. 연구진이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 4만3800개를 조사한 결과 99% 이상이 우마오당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마오당이 만들어내는 댓글 수는 공산당대회 등 주요 이벤트가 있거나 반정부 여론이 확산할 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조사한 친정부 댓글 중 상당수가 18차 당대회, 시진핑의 중국몽 선언등 정치적 사건이 있었던 날에 집중됐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약 500명 규모의 사이버 부대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했다. 비용만 연간 20만 달러(약 2억1500만 원)가 투입됐다.

14년째 장기 집권 중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약 6000명 규모의 댓글 부대인 ‘AK트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자국내 쿠르드족과 중동문제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 이스라엘은 ‘하즈바라(hasbara)’라는 비밀 트롤 부대를 운영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주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댓글부대와의 전쟁도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정치광고 실명제를 도입키로 했다. 브렉시트 여론조작의 피해를 입은 영국은 ‘국가안보 통신팀’ 창설을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르몽드, AFP 등 37개 언론사가 펙트체크 협업 프로젝트인 ‘크로스체크’를 조직해 가짜 뉴스 여부를 검증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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