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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닐은 사양합니다”로 시작하는 플라스틱 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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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전 세계가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향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을 오염시키고, 해변과 해양을 파괴하는 등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마다 5000억개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1분에 쓰레기 차 한 대 분량씩 총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지금껏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다 계산하면 약 83억t이나 된다.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인데 이 가운데 재활용되거나 소각된 것은 20%뿐이고, 나머지 80%가 지구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다행히 올해 여러 나라가 ‘플라스틱 공해 퇴치’를 선포하고,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변화가 있었다. 2010년 10월부터 환경부와 ‘1회용 비닐 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 이후 매장 내 비닐 봉투를 없애왔다. 비닐봉투 또한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이다. 이러한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 봉투를 제작해 나눠줬고 유상 종이백과 장바구니 대여를 시도했다. 하지만 숙제는 여전하다. 매장 내 상품들에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랩 포장 양이 더 컸던 것이다.

음식과 음료를 담는 포장재도 플라스틱이 아닌 재료로 만들 수 있다. 이미 네덜란드의 한 슈퍼는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프리’ 통로를 만들었다. 고기나 쌀, 각종 소스나 유제품, 야채까지 700여 개 제품이 나뭇잎 등 바이오 소재 포장지에 싸여 진열되어 있다.

안타까운 건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플라스틱 사용과 그 쓰레기 발생량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비닐봉투 사용량은 2003년 125억개에서 2015년 216억개로 늘었다. 1인당 420개를 쓰고 있다. 독일 70개, 아일랜드 20개, 핀란드는 4개에 그친다. 플라스틱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생명의 순환과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사는 것’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재활용되는 것이니까 분리배출하면되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쓴다면 생명의 터전인 지구는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비닐봉투와 일회용 컵, 수저와 용기 등 온통 플라스틱인 사회에서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하나씩 바꾸어간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변화는 ‘나’로부터 온다. “비닐은 괜찮습니다”, “가방에 담아 갈게요” 하는 말로 시작하자. 장바구니나 머그컵(텀블러)을 사용하고, 가정에서도 비닐봉투 대신 다회용용기 사용을 실천해보자.

최근 서울시가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사에 비치했던 우산비닐커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서울시와 자치구, 산하기관에서 사용되는 우산비닐이 30만장에 달했다고 한다. 일상 속의 작은 노력과 움직임이 정부와 민간으로 확대된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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