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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신기록...'어벤져스:인피티니 워' 흥행 독주

중앙일보

입력

영화 '어벤져스3'엔 지난 10년간 마블 영화 시리즈 속 히어로가 20명 넘게 총출동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어벤져스3'엔 지난 10년간 마블 영화 시리즈 속 히어로가 20명 넘게 총출동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국내 극장가 역대 흥행 1위 영화 ‘명량’에 육박하는 속도다.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감독 안소니 루소‧조 루소, 이하 ‘어벤져스3’)가 개봉 5일째인 29일 오전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토요일인 28일 하루에만 133만 관객을 모았다. 2년 전 ‘부산행’이 세운 최다 일일 관객 수 128만 명을 앞지르는 신기록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거세다. 28일 ‘어벤져스3’가 확보한 최다 스크린 수는 역대 극장가 최고치인 2553개. 지난해 스크린을 독식한다는 뜨거운 비판 받았던 ‘군함도’의 2027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벤져스3' 예매만 100만 돌파, 현장 티켓 없어요 [연합뉴스]

어벤져스3' 예매만 100만 돌파, 현장 티켓 없어요 [연합뉴스]

 '어벤져스3'는 28일 하루 동안 상영 횟수가 1만3183회로 상영점유율이 77%에 달했다. 이날 극장가 상영 회차 10회 중 8회가량이 ‘어벤져스3’를 틀었단 얘기다. 특히 관객이 들기 좋은 프라임 시간대는 대부분 ‘어벤져스3’ 차지였다.
 영화 내용을 오해할 만한 일부 자막 오역도 화제를 더했다. ‘큰 계획의 마지막 단계(It’s the end game)’란 의미의 대사를 ‘가망이 없다’로, ‘마더(Mother)…’로 시작되는 비속어를 ‘어머니’로 번역한 것 등이다. ‘어벤져스3’의 번역가를 퇴출하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번지자, 영국의 한 매체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잡음도 ‘어벤져스3’의 흥행 질주를 막진 못했다. 개봉 전까지 팔려나간 티켓만 122만 장으로 역대 최고 사전 예매량을 기록했다. 개봉 이틀째 100만, 사흘째 200만, 나흘째 300만, 닷새째 400만을 모은 데 이어 엿새째 500만 관객을 넘보는 것은 외화로는 역대 최고의 흥행 속도다.
 4년 전 비슷한 속도로 흥행했던 한국영화 ‘명량’은 개봉 12일째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 총 관객 1761만 명을 모았다. 지금껏 외화 흥행 1위는 2009년 개봉해 1300만 관객을 모은 ‘아바타’로, 개봉 3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여느 수퍼 히어로 영화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는 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 분)도 이번 영화의 인기를 견인한 축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여느 수퍼 히어로 영화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는 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 분)도 이번 영화의 인기를 견인한 축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3’는 할리우드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 기념작. 2008년 ‘아이언맨’부터 마블 히어로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거둔 수입은 147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이번 영화는 역대 가장 많은 23명의 히어로가 우주 최강 악당에 맞선다는 줄거리가 알려지면서 전세계 영화팬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보다 사흘 늦은 28일(현지 시각) 개봉한 본고장 북미에선 하루 만에 1억596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첫날 수입으론 3년 전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에 이어 역대 2위. 호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뉴질랜드‧홍콩‧타이완‧싱가포르 등에서도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속편을 염두에 둔 파격적인 결말 때문에, 국내에선 내년 개봉을 앞둔 제목 미정 ‘어벤져스’4탄과 새로운 여성 수퍼 히어로 ‘캡틴 마블’ 단독 영화가 벌써부터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올여름 개봉할 마블의 ‘앤트맨’ 단독 영화 2탄도 관심사다.

톰 홀랜드가 12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어벤져스3' 내한 행사에 참석했다. [뉴스1]

톰 홀랜드가 12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어벤져스3' 내한 행사에 참석했다. [뉴스1]

 한국은 북미‧중국 다음으로 마블 영화가 가장 높은 흥행 수입을 거둬온 시장. 올 초 ‘블랙 팬서’까지 마블 히어로 영화 18편이 국내에서 모은 총 관객 수는 8400만명에 달한다. 이번 영화는 일찌감치 ‘1000만 예약 영화’로 불렸다. 이미 3년 전 전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마블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모은 바 있다.
 ‘어벤져스3’의 흥행 열기에 대해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마블 영화는 이제 적수 없는 대세”라며 “이번 영화는 특히 히어로 각자 개인기가 잘 살아난 팀플레이 액션이 큰 볼거리다. 지난 10년간 어떤 캐릭터를 응원해온 관객이든 충족시킬 만큼 히어로마다의 매력을 잘 결합해냈다”고 평했다.

개봉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전광판에 '어벤져스3' 상영시간과 잔여석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개봉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전광판에 '어벤져스3' 상영시간과 잔여석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현재 ‘어벤져스3’의 좌석점유율은 50%를 웃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램페이지’가 2, 3위로 뒤따르고 있지만 개봉 3주차로 접어든 만큼 좌석점유율이 그 절반에 못 미친다. 대작 영화들이 맞대결을 피해 개봉 시기를 조정한 탓에 유난히 '어벤져스3'의 스크린 쏠림이 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날, 바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독과점은 문제지만, ‘어벤져스3’에 맞설 만한 (대작) 영화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의 선택만 탓하긴 어렵다”면서 “영화계 전체가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 공동대표인 영화제작사 명필름 이은 대표는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겨나며 급속도로 만들어진 특수한 시장 구조”라며 “단기적 수익만 좇다보면 영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처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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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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