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털은 뉴스 트래픽으로 막대한 수익, 제공자인 신문사들 사업 힘겨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성희(사진)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7일 “서구 각국이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는 기준은 정치ㆍ경제적 제약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있다”며 “이들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분 자유국’ 수준으로 언론자유의 수준이 썩 높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퇴계로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 초청 조찬 세미나에서다.

박성희 교수 안민포럼 세미나서 "정치적 경제적 제약 기준 한국은 언론 부분 자유국 수준' #신문업계는 경제, 방송계는 정치적 제약에 휘둘린다 주장

박 교수는 ‘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우리 언론 자유에 대해  ‘부분 자유국으로 썩 높지 않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우선 언론의 자유를 “누구나 아무데서나 표현하는 자유가 아니라 절대 권력의 횡포나 경제적 제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론장에서 의견을 말하고 여론을 형성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래서 미국 프리덤 하우스는 법,정치,경제 3개 영역에서 얼마나 덜 제약을 받는가를 기준으로 각국의 언론자유점수를 매기고 영국 로이터연구소도 정치,경제적 제약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기준으로 자유도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 기준을 한국의 현실에 대입했다. 신문업계는 경제적 제약, 방송계는 정치ㆍ법적 제약에 시달린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그는 “뉴스의 일차 생산자인 신문사는 대부분 경영상의 어려움에 허덕인다. 종이신문은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광고도 줄어들고 있으며 배달망도 위축되고 있다”며 “그래서 닷컴회사를 만들어 자기들이 생산한 콘텐트를 올리지만, 트래픽은 신통치 않다. 오히려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클릭의 수가 수십~수백 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털에 제공된 뉴스는 수많은 댓글을 끌어 모은다”며 “포털은 뉴스로 생긴 트래픽의 결과로 막대한 수익과 영향력을 쌓아가는데 원 제공자인 신문사들은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다”고 강조했다.

포털들의 이른바 ‘공짜(에 가까운) 뉴스 장사’가 포털들의 배는 불리지만 콘텐트의 주인인 신문사들의 경영은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현재 신문사들이 직면한 고민이 고스란히 다긴 대목이다.

방송에 관해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며 “높은 곳에서 사장이 임명되며 임원진이 물갈이 되고 연쇄적 인사로 분이기가 쇄신된다. 아니면 파업이다”고 꼬집었다.

박교수는 “누구에게는 정의의 실현, 그러나 누구에게는 좌천”이라며 “와중에 좋은 자리를 꿰찬 사람도, 한직으로 물러난 사람도 있지만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1노조원도, 1노조원도, 비노조원도 모두 비자유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법안들은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타협될 기미조차 안 보인다”며 “정부 입김 아래 인허가를 염려하는 방송들은 과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인터넷 공간의 비건전성에 대해서도 통렬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인터넷 공간은 알 수 없는 알고리듬으로 뭐가 진실이고 뭐가 여론인지 모르는 불량 식품 같은 정보를 대량 유통시킨다”며 “각종 물품과 서비스의 광고로 뒤덮인 가운데 정통 저널리즘의 문법을 흉내낸 기사들이 간간이 섞여 최신 뉴스로 손님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자, 상품을 홍보하려는 자,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지럽다”며 “이윤과 오락을 축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공간의 공공성과 건강성은 누가 돌보는가. 그리고 그 공간을 오가는 선량한 사용자들은 그 혼탁함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자유의 크기와 위험은 자유로워지려는 의지에 비례한다”며 “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워질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은 대한민국은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행히도 우리 언론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연을 맺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