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국민당권력도 대만잉에|당 중앙위 세대교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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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특파원】대만국민당의 13전대회는 2대60년의 장씨왕조의 그림자를 지우면서 노령 본토인들을 퇴진시키고 대만출신들을 대거 등용하는 권력의 대만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리등후이」(이등휘) 총통이 10일 국민당대회에 제청한 당중앙위원 후보 1백80명의 명단은 신진대사를 통한 세대교체와 대만화가 두드러진다.
이총통이 제청한 1백80명의 후보와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지명하는 다른 1백80명의 후보들은 중앙위원 1백80명과 중앙위후보위원 90명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경합을 벌이게 되지만 대부분 이총통이 추천하는 후보들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국민당이 지배하는 국가이며 그 권력의 핵심은 중앙위원회와 31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상임위에 있다.
국민당 대변인 재서명은 이총통이 추천한 1백80명의 중앙위원후보들의 평균연령은 59·52세로 현재 중앙위원 (1백50명)들이 선출된 7년전의 69·84세에 비해 평균 10세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일부 대만언론들은 이와 같은 세대교체를 신생대의대거 등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대만화와 궤를 같이 하게 된다.
퇴진하는 노령의 중앙위원들은 대부분 대륙출신들인 반면 떠오르는 신생대는 대만에서 출생한 인사들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재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총통이 추천한 중앙위원중 대만적 인사는 41.6%인데 이같은 분포는 현재보다 두배가 증가된 것이다.
현 1백50명의 중앙위원중 대만적인사는 겨우 29명으로 20%에 못미쳤으며 이는 국민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대만인들의 커다란 불만이었다.
한편 주목을 끌던 고장경국총통의 이복동생 장위국(71) 국가안전회의비서장과 한때 장씨왕조 3대를 이어갈지도 모른다던 고장총통의 아들 장효무씨가 중앙위명단에서 빠짐으로써 장개우∼장경국으로 이어지던 2대 60년에 걸친 장씨왕조는 마감이 됐으며 그들의 그림자도 퇴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위국씨는 당원로들이 당부주석으로 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스스로 당고위직을 사양, 『일부 원로 당대표들의 실망을 가져왔으며』(11일 명보표현) 장씨왕조 3대로 주목받던 장효무씨도 중앙위원직을 사양하고 그의 근무지인 싱가포르로 돌아 갔다.
이들 두 사람의 선택에 대해 대만지식인들은 「현명한정치적 지혜」에 의한 결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위국국가안전회의비서장은 중앙평의위원회(일종의고문위원회)로 추대됐는데 그는 이위원회 주석단으로 선출될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대만 주싱가포르상무대표단 부단장인 장효무씨는 단장으로 승격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장경국총통의 또 다른 아들들인 효용과 효엄형제가 중앙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영향력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대만은 세대교체를 통한 대만화의 길로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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