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의사 생활 20년 동안 이런 치욕 처음"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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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지난해 11월 북한군 귀순병사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지난해 11월 북한군 귀순병사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26일 “의사 생활 20년 동안 이런 치욕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그는 이날 공개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 당시를 언급했다. 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한 이 교수는 밤을 꼬박 새워 2000년대 초반부터 모아온 외상센터 관련 자료를 300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토론회 발제를 준비했다고 한다. 자리에 선 이 교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당시 토론회를 간략히 말해달라’고 하자 “국회의원 바쁜 건 나도 안다. 자료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안 오면 어떡해야 하나”면서 “보좌관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얘기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발제를 하는데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손 좀 들어보라’고 한 게 ‘일침을 놨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원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토론장을 일찍 나가니 ‘중요한 사람도 없는데 토론회를 진행하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때 내가 발제 중이었는데 사회(좌장)를 맡은 한 학회 인사가 발제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남아 있어서 그분을 위해서라도 발제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의사를 (좌장에게) 전했으나 5분 후 ‘정말 안 끊냐’는 답이 돌아왔다. 치욕스러웠다”며 “20년 의사 생활 동안 발제하다 끊긴 건 처음이었다. 너무 화가 나 그냥 나와버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현행 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17개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돼 운영 중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운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모든 센터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을 중지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교수는 26일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발제를 끊은 게 아니라 이 교수의 토론 시간이 조금 길어져 ‘시간을 좀 조정해주시겠습니까’라고 정중하게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토론회 좌장을 같이 맡은 옆자리의 다른 학회장과 상의해서 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웃으면서 이 교수에게 시간 조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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