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이재록 목사 경찰 출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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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재록. [연합뉴스]

이재록. [연합뉴스]

교회 신도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록(75·사진)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26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여 이른 오전 8시5분 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이 목사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교회 직원들도 피해를 봤다고 한다”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권력 이용 상습준강간 혐의 적용 #교회 측 “그럴 분 아니다 … 헛소문”

그는 교회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 목사가 타고 온 차량의 운전기사는 “목사님 혈압이 200이 넘는 등 건강이 몹시 좋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서울 구로동에 있는 만민중앙성결교회의 수장이다. 신도 숫자만 1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교회에서 그는 ‘당회장’으로 불리며 신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고, 경찰은 이 목사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수십 년 동안 이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목사가 교회에서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상습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6명 외에 경찰에 피해를 진술한 신도까지 더하면 피해자는 10명 이상이다.

하지만 교회 측에서는 이 목사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목사가 경찰에 출석한 이 날 오전에도 기도회에 참석하려는 신도들로 교회가 북적였다. 교회 관계자는 “이 목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진 이후에도 교회 신도들은 특별히 동요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며 “교회를 떠난 이들이 퍼뜨린 헛소문”이라고 성폭행 혐의를 일축했다.

교회 신자들은 이 목사의 성폭행 혐의에 관한 질문에 거친 반응을 보였다. 한 70대 여성 신자는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좋은 분인데 모두 잘못된 나쁜 여론”이라고 항변했다. 교회 인근에서 만난 황모(30)씨 역시 “사람들은 목사님이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 믿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며 교회 분위기를 전했다.

오원석·정용환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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