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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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옛날 대관령에 한 처녀가 살았다. 그녀는 어느날 아침 굴산사의 우천에 가서 바가지로 물을 뜨니 물속에 해가 떠 있었다. 처녀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 물을 마셔버렸다.
얼마 후 처녀는 잉태하여 남자 아기를 낳았다. 아비 없는 자식이라 하여 동네사람들의 구박이 심하자 산모는 그 아이를 뒷산에 버렸다. 그러나 아이는 산짐승, 날짐승들의 보호로 무럭 무럭 자라 일곱살이 되자 무주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국사가 되어 돌아왔다.
때 마침 임진왜난이 일어나 국사는 대관령에 올라 술법을 쓰니 산천초목이 모두 군세로 변해 왜병을 모두 물리쳤다. 향토를 지키는 공이 큰 그는 죽어서 서낭신이 되었다. - 대관령「국사성황」신화다. 서낭신은 이처럼 마을을 지키는 신이다.
성황당은 우리말로 서납당이라고도 하며 지방에 따라 할미당(노고당·전남), 천옥당 (경북), 서남당(경기), 국사당(평안), 국시당(함남) 등 여러가지 명칭이 있다.
보통 고갯마루, 한길옆, 동네 어귀, 사찰 입구등에 작은 돌무더기를 쌓아 놓는데, 대부분 가까이에 나무(신수)가 있게 마련이다.
흔히 이 나뭇가지에는 아이의 장수를 비는 헝겊조각, 장사꾼이 이재를 위해 헌 짚신을 걸어 놓는다. 또 신랑, 신부는 새 집으로 옮길 때 부모쪽 가신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신부가 자기 옷을 찢어 색헝겊을 걸어 놓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이 곳을 지나는 나그네들은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며 돌을 주워 단위에 던진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서낭당이 자취를 감추었다. 근대화의 물결은 토속신앙을 미신으로 몰아 모두 없애 버렸다.
그런데 이 서낭당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되살아 난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전세계 1백61개국 대표 2만여명에게 자기 이름을 새긴 주먹만한 돌 하나씩을 가방속에 넣어 오라고 한 것이다.
이들이 들고오는 세계 각국의 돌은 올림픽선수촌에 마련되는 「평화의 성황당」에 모아져 이색적인 「돌의 축제」를 벌인다.
우리의 옛 서낭당이 향토를 수호하고 마을 주민의 안녕과 복악을 지키며, 나아가서 뭇 나그네의 안전을 돌보아주듯 이 평화의 서낭당은 올림픽의 성공과 선수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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