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수 9명 밤샘 억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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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려대 병설 보건대 재학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의해 고려대 본관 건물 복도에서 교수들이 16시간 동안 억류됐다. 6일 오전 성영신 학생처장 등 교수들이 풀려나기에 앞서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고려대생 일부가 학교병설 보건전문대생의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을 요구하며 16시간 동안 보직교수들을 학교 본관 복도에 억류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학교 학생 140여 명은 5일 오후 3시20분쯤 본관 건물에 들어가 교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성영신 학생처장과 조경진 보건과학대학장 등 보직교수들을 복도에서 가로막았다. 학생들은 "현재 총학생회 투표권이 없는 병설 보건전문대 2~3학년 학생들도 투표권을 갖게 해달라"며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성 처장이 면담을 거부하자 학생들은 이들을 감금했다.

고려대는 병설 보건전문대를 올해부터 보건과학대학으로 승격, 편입시켰다. 올해 신입생들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오후 5시40분쯤 이 소식을 듣고 동료 교수들이 달려왔으나 학생들은 이들을 포함한 보직교수 9명과 직원 4명 전원을 1평 남짓한 복도 공간에 억류했다. 저녁 때 학생들은 김밥을 먹었으나 교수들은 끼니를 거르게 했다.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학장은 시키는 대로 하는 개가 되지 마십시오" 등의 언사를 쓰기도 했다. 학생들은 조를 나눠 밤새 교수들을 감시했고 6일 오전 7시30분쯤에야 교수들을 풀어줬다.

이날 사태는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Act Now!'선거본부와 일부 보건대생들이 주도했다.

'Act Now!'선본은 사회운동단체 '다함께'소속으로 지난해 5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러 고대를 방문했을 때 물리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고려대 측은 6일 오전 어윤대 총장 주재로 긴급 교무위원회를 열고 "스스로 뼈를 깎아내는 비장한 마음으로 관련 주동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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