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물을 빨아들이는'물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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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만약 유리가 물에 녹는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 주변의 유리병은 존재하기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물에 녹는 유리가 분명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이산화규소와 탄산나트륨 또는 탄산칼슘 등을 고온에서 섞어 녹였다가 급히 냉각시켜 만든다. 그런데 이산화규소에 탄산나트륨을 일정 비율로 섞어 1300~1500도에서 녹인 뒤, 저압 증기 솥에서 처리하면 규산나트륨이 만들어진다. 규산나트륨은 일종의 염으로 소금이나 염화칼슘처럼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이 물에 녹는 '물유리'다.

물유리가 엄연히 유리로 분류되는 것은 규소를 원재료로 하기 때문이다. 유리는 여러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주원료는 산화규소로, 추가로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칼륨석회유리.소다석회유리.납유리 등 다양하게 구분된다.

그렇다면 물유리는 실제 어디에 쓰일까. 구운 김이나 과자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흡습제인 실리카겔이 바로 물유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실리카겔은 1g에 표면적이 300~400㎡ 이상이 될 정도로 커 수분이나 기체를 잘 흡수할 수 있다. 실리카겔은 자기 무게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는 고흡수성 수지로 가공돼 아기 기저귀나 여성용 위생용품, 찜질 팩 등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실리카겔은 무색이기 때문에 공기 중의 습기를 먹어도 겉으로 확인이 어렵다. 그래서 그 중에 몇 개는 염화코발트라는 화합물을 섞어 푸른색을 띠게 만들었다. 염화코발트는 물을 흡수하면 붉은색으로 변해 흡수 여부를 금방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색이 변한 실리카겔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열을 가하면 본래 푸른색이 돌아와 재사용이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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