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림픽후 대비…발빠른 대북포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회(구종서 위원)=노태우대통령이 오늘 특별선언을 통해 6개항의 대북제의내지는. 통일정책방향을 제시했읍니다. 새정부 출범후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통일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 왔읍니다. 이같은 시점에서 대통령이 특별선언을 통해 6개항을 내놓은 것이 어떤의미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것인지 우선 말씀해 주십시오.
▲이기탁교수=이번 특별선언의 전체적 성격은 한마디로 북한의 개방정책을 촉구하는 것으로 볼수 있읍니다. 이것은 곧 남북대화의 계속이라는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노대통령이 이미 밝혔던 북방정책 추진이라는 과제와도 연결된다고 생각됩니다. 과거 7.4공동성명이나 6.23선언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내용으로, 특히 서울올림픽개최를 눈앞에 두고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상황인식에서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랄수 있읍니다. 또 올림픽을 전환점으로 해서 남북이 그동안의 갈등을 씻고 화해하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뜻과 함께 올림픽이후의 남북관계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이호재교수=선언내용 자체는 나무랄데 없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우리정부가 견지해온 태도, 즉 비정치적·비군사적 분야부터 다루어나간다는 점진적 통일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못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선언내용에 특별히 새로운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간헐적으로나왔던 통일논의 내용을 정리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치·군사문제등 큰 이슈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이런 점에서는 특별선언이라기엔 어딘가 아쉽고 미횹한 감이 없지않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정치적·군사적 내용은 별로 없다지만 현실적으로 볼때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장애요소로 작용해왔던것들을 허무는 획기적인 내용도 담겨 있읍니다. 특히 이번 특별선언은 정부가 그동안 논의차원에서 거론된 내용을 정책으로 천명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수 있지않나 생각됩니다.
▲이호재교수=물론 통일접근방식읕 민족공동체라는 차원에서 모색한다는 접근법은 분명히 발전적인 내용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거나 학생들이 주장하는 통일논의내용과 비교해 볼때는 한발 뒤져있다는 느낌입니다. 과연 이같은 내용을 가지고 국민의 통일에 대한 높은 열망을 만족시킬수 있을지모르겠읍니다. 또 북한을 남북대화 테이불에 끌어내야 한다는 필요성에 비춰볼때 그들이 이정도의 내용에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좀더 큰 내용을 들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평양측은 『군사적으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무슨 남북대화냐』라면서 군사회담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특별선언은 미래지향적 통일비전을 제시했다기보다는 현실수긍 내지는 현실부응적 내용을 담았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할수 있읍니다.
▲이기탁교수=선언내용중 6번째 항은 비록 시차승인이라는 말은 안썼지만 바로 과거우리정부가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동시교차승인만을 주장해온 태도에서 한걸음 나가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사실상 시차승인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읍니다. 물론 미일의 대북한관계개선과 함께 한국의 대소·대중공 관계개선도 적극 추구한다고 되어 있읍니다만 과거의 태도에서 분명 한발 양보한 내용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줄기차게「하나의 조선정책」(one Korea)을 견지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중공이나 소련도 이같은 북한의 정책을 지지한다는데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읍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미일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자유의사 (free hand)를 주게 되면 미일의 대북한정책이 상당히 변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우리가 감당해 나갈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호재교수=제 생각으로는 북한이 명분상으로는 「하나의 코리아」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그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두개의 코리아」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내용적으로 북한이 그들의 통일정책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바로 이번 선언은 그같은 점을 고려해 우리가 북한의 정책수정을 포용하겠다는 자세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기탁교수-시차승인문제와 관련해 지적할 점은 시차승인이 한미안보조약정신과 배치된다는 점입니다. 한미안보조약은「공동의 위협」(common danger)에 군사적으로 공동 대처한다고 되어있는데 바로 이때 설정한 가상 적국은 북한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승인은 곧 가상적국을 북한으로 설정한 것을 해체하는 것울 의미하고 나아가 한미안보조약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됩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호재교수=형식논리로 보면 시차승인은 분명 우리에게 손해보는 흥정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자신이 생겼기때문에 밑지는 시차승인도 포용할수 있지않겠느냐고 생각할수도 있읍니다. 미일이 대북한관계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면 중 소도 그것을 구실로 발전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봅니다.
▲이기탁교수=물론 그같은 생각에는 일리가 있읍니다. 그러나 중소가 계속 외교적으로 북한의 입장에 선다면 문제는 달라질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외교력이 중소를 움직일수 있겠느냐하는 점에서 이문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시차 승인제는 우리외교상 매우 델리키트한 문제같은데 만약 이것이 실현될 경우 일어날 변화는 무엇일까요.
▲이기탁교수=시차 슴인제가실행에 옮겨져 미왈의 대북한정책이 달라지면 우리가 미왈의 한반도정책에 말려들 의험도 있읍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통일정책은 강대국의 정책에 묻혀버릴수 있다는 점이우려됩니다.
▲이호재교수=남북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면 사실 한미방위조약은 해체되고 마찬가지로 북한과 중소간에 맺은 동맹조약도 해체돼야 합니다.
이말은 남북이 비동맹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볼때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력 균형상 미국의 세력이 필요하고 남북대화도 세력균형 바탕위에서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통일로의 접근이라는 차원을 생각하면 안보논리에만 매달려서는 안됩니다.
▲이기탁교수=문제는 새롭게 전개될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갈 것이냐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상당기간 한미관계는 강화시켜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제력이 커진만큼 그 경제력을 지켜나가려면 그에 상응하는 군사력·외교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민족공동쳬는 하나로 하자면서 국가는 두개로 나뉘어 있으면 그 이질화현상은 계속될 것이 아니냐는점이 우려됩니다. 문제는 국가통일은 힘들어도 서로 교류를 빈번히함으로써 민족공동체만은 단일화하여 국가공동쳬로서 통일의 공감대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호재교수=동감입니다. 이에앞서 남북 양측에서 극우나 극좌가 아닌 중간파의 형성이 필요합니다.
72년의 7.4공동성명이 끝내 결실을 맺지못한 것은 양측에 중간파가 없었다는데 기인된다고 봅니다.
현재 남쪽은 민주화와 더불어 중간파가 등장하고 있는 국면인데 북에는 이런 조짐이 안보여 아직 남북관계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한거죠.
▲이기탁교수=우리가 자유경제체제나 의회주의를 건전하게 형성·유지·발전시켜 나갈수 있느냐가 통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민주화에 성공하면 이는 북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거죠.
▲이호재교수=그렇습니다. 우리가 정치·정제등 모든 부문에서 민주화에 성공하게되면 북도 현실적으로 자세전환을 하지않을수 없고, 그렇게되면 평화공존의 가능성은 보인다고 할수있죠.
▲이기탁교수=그러나 권력논리상 「하나의 조선정책」을 버릴수 없는 김일성이 살아 있는한은 곤란한게 아닐까요.
▲이호재교수=김일성이 죽지않아도 내외의 압력으로 변화는 있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기탁교수=현재의 남북관계에서 최대의 관건은 남북이유엔의 개입없이 어떻게 하면 전쟁을 피하느냐에 있읍니다. 우선적으로 이 부분에 남북이 합의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북한이 SA-5미사일이나 MIG-29등을 배치한 것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죠.
▲이호재교수=북한이 현시점에서 대남적화의 욕심을 버렸다고는 보지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 있읍니다.
즉 양측이 경쟁적으로 군비경쟁에 몰두해왔다는거죠.
따라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사회담에서 10만감군등 비현실적 사항이 아니라 실현가능성있는 안을 놓고 토의하할수 있다고 과감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기탁교수=4강이 어떤 의미에서는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권하에 집어넣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는 이점을 잘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이호재교수=과거처럼 외세를 끌어들여 무엇을 하겠다고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7.4공동성명정신으로 돌아가 남북이 힘을 합쳐야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맹목적인 외세배격이 아니라 외세를 이용해 외세를 배격할수 있는 슬기를 가져야겠죠.
▲이기탁교수=북이 소련과 최근 밀착한후 중공에 대해 「소련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개선이 어렵다는 반증이죠.
▲이호재교수=남북관계 개선이 있으려면 양측이 동맹체제를 갖지말고 비동맹걱 자세를 취해야한다고 봅니다.
결국 한반도에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이에따라 「기대『와 「위험」이 동시에 수반되고있는 실정입니다.
이번에 노대통령의 선언도 나왔지만 앞으로는 심대한 비전을 담은 구상이 나오고 이것이 실제로 실천돼 「기대」를 충족시켜나갔으면 합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이번 노대통령의 7.7선언을 북한이 긍정적으로 대응해올 경우 남북한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됨니다. <정리=이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