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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폐쇄 ‘쪽집게’ 이종석 발언 보니…다음은 주한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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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서울이코노믹 포럼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의 포괄적 일괄 타결안의 이행 보증을 위한 선행 신뢰조치를 몇 가지 꼽았는데, 그중 하나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였다. 이 전 장관의 예상보다 북한이 먼저 풍계리 폐쇄 카드를 내밀었다는 ‘시차’만 있을 뿐, 내용은 같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하는 모습.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하는 모습. [노동신문]

이 전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할 수 있는 선행 신뢰 조치라며 “핵ㆍ장거리 미사일 동결 선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및 특별 사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생산 관련 특정 시설 불능화 중 1개의 조치, 주한미군 주둔 용인 공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미사일)들의 개발 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이라며 “이제는 우리에게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선행 신뢰 조치 시나리오 중 남은 것은 IAEA의 북한 핵실험 시설 사찰과, 주한미군의 주둔을 양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정도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 중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주한미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주한미군에 대해 김정은이 내놓은 발언들에선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연합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북한 매체들이 ‘호전광의 전쟁놀음’이라며 핏대를 세웠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도 19일 언론사 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또는 5월말이나 6월초로 거론되는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한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 같은 안보 문제보다 부담감이 덜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우선시할 가능성도 크다. 이 전 장관은 해당 포럼에서 “남북 관계의 근본 문제와 관련한 성과를 도출했으면 한다”며 “소수라고 해도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회담장인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미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회담이 열리는 27일 두 정상의 만남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회담장인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미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회담이 열리는 27일 두 정상의 만남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 역시 27일 회담에서 합의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전 장관은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상징적이면서 실질적 조치를 취하며,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로 항구적인 남북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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