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국GM 청산가치, 계속 운영 가치보다 더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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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공중분해를 결정짓는 키는 결국 노조가 쥐게 됐다. 노조가 끝내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아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로 들어가면, 청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KDB산업은행 실사 보고서가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실사 … 중간보고서 나와 #노사 자구안 내면 신규 지원 가능 #법정관리 들어가면 청산 불가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달부터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GM은 청산했을 때의 가치(청산가치)가 계속해서 기업을 운영했을 때의 가치(계속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이는 현재 거론된 자구안을 이행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현재 한국GM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채권단 주도 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청산이 진행되진 않는다. GM과 산업은행 등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안이 제출되면 신규 자금이 투입될 여지는 있다. GM 본사는 한국GM 추가 투자를 통한 성장 가능성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역 경제 피해 최소화 효과 등을 고려해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순 있는 것이다.

미국 출장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5만 명의 일자리가 걸린 사안”이라며 “노사 간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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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전제 조건은 노조가 자구안에 동의하느냐다. GM 측은 군산공장 직원들의 전환배치·무급휴직과 함께 복리후생비 1000억원 삭감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또 전무급 이상 임원 35%, 해외 파견 직원 50%, 팀장급 이상 중간관리자 20% 감축안 등도 제시한 상태다. GM은 노조가 자구안에 동의하고 산은이 5000여억원의 신규 투자를 약속하면 총 3조원 규모 출자전환(차입금을 자본금으로 전환)과 2조5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반면 산은은 GM이 출자전환을 하는 대신 차등감자를 시행해 산은의 지분율(17%)을 유지하게 해주면 신규 자금 5000억원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노조가 합의 종료 시점인 23일에도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온 실사 결과에 따라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김도년·주정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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