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식품 유효기간 표시 믿을만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름철에 주의해야할 것 중 하나가 식품 안전문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쉽게 상하거나 부패할 위험이 높을 뿐아니라 이상이 있을 경우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주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현재 제조·판매업소측이 이상제품을 2배로 교환해 주고 식중독 등 부작용시 치료비를 대신하도록 피해보상 규정에서 정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생겨도 그것이 특정식품 때문이라는 것을 규명하기 힘든데다 소비자측에서 증거 제시도 어려워 보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미리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점에서 중요시되는 게 제조년월일과 유통기한이다. 식품에 대한 이렇다할 품질공인기준이 없는 현실에서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돼있는 제조년월일이 소자비들이 식품의 신선도 등을 판단·선택케 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년월일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소비자단체 등의 잇달은 조사에서 매번 밝혀지듯이 제조·판매업소측에서 이를 임의 변조해 팔거나 처음부터 제조일을 앞당겨 표시해 놓는가 하면 아예 제조일 따위를 표시하지 않은 「위법식품」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시판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유효기간 내의 것이라해도 냉장 보관되지 않은 채 마구 취급되는 유통상의 부주의 등으로 이미 변질된 제품들이 적지않이 나도는 것도 식품안전의 주요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단체 등에서 문제삼은 제과제빵·육가공·수입식품 등의 표시·판매실태와 이에 대한 주의점을 알아본다.

<제과제빵>
유명 제과점들까지도 제조년월일·안전보존기간(유효기간) 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데다 표시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도 버젓이 팔고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시민의 모임」이 서울·삼립식품·뉴욕제과·바로방·리치몬드 등 시내 유명 제과점과 19개 제조업체 등 총47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히 샤니·서울·삼립식품·크라운베이커리·뉴욕제과·가나안·신라명과·고려당 등 대량생산업체들은 당초 제조일을 실제 제조일자보다 하루, 이틀씩 앞당겨 허위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워지지 않는 잉크나 각인」으로 표시토록 돼 있는 규정을 교묘하게 회피, 대부분 업체들이 스티커로 제조일을 부착하고 있어 임의로 떼어내는 등의 우려가 크다.
유효기간의 경우 업체별로 자가기준에 따라 설정하고 있는데 고로케·햄버거·야채빵 등 상하기 쉬운 제품들까지 여름·겨울 구분없이 2일간으로 돼있는 것이라든가 똑같은 제품(크라운베이커리 파운드케이크)이 롯데쇼핑에서는 3일, 시청앞 매장에서는 7일간으로 장소에 따라 다르게 표시되고 있어 그 실제의 유효정도가 문제시됐다.
그나마 청자당·프라자제과·뉴코아슈퍼 등에서는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을 그냥 판매하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제재가 없는 현행 규정의 미비로 달리 조치방법이 없는 상태라는 것.
단체의 관계자는 『유효기간을 넘겨 본사에 반품하는 제품의 거의 50∼60%를 해당지점이 책임지도록 돼 있기때문에 반품 자체를 꺼리는 형편』이라며 표시사항 위반업소 등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뉴욕제과·독일빵집·바로방·삼립·서울식품·샤니·신라명과·파리크라샹·프라자제과·크라운베이커리·청자당·가나안·프라자호텔 등은 아예 제조일이나 유효기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적발됐다.

<육가공품>
냉장등 보관온도관리가 잘돼야하는 제품들인 만큼 제조일 자체보다도 유통과정에서의 문제가 크다.
특히 축육소시지·포장육·햄류의 경우 반드시 10도C이하의 냉장보관을 요하는데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바로는 영등포·청량리시장 점포들은 물론 시내 백화점들까지 그냥 진열 판매하는 등 취급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품에 표시된 유효기간은 특정온도 이하에서의 보관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무의미하다는 게 조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육가공품중 가장 보관이 어려운 맛살·어묵의 경우는 보관상태에 따라 10시간만에도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육가공품을 살 때는 냉장시설 등에 제대로 보관된 걸 고르는 게 안전의 지혜다.

<수입식품>
국산품에 비해 유통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 데다 문제가 됐을 때 보상의 길이 거의 전무하므로 제조일 등을 확인하고 사는 소비자의 선택이 보다 중요시된다.
수입식품에 대해서도 국산품과 마찬가지로 제조일·안전보존기간 등을 한글로 표시하도록 의무화 돼 있으나 시중에는 전혀 표시가 안된 위법품들이 대다수다.
한국부인회가 시내 5개 백화점과 시장, 수입상가 등에 나와있는 수입식품 1백27개품목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69.2%가 아무런 표시가 안된 상태였다는 것. 또 너무 오래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미국 골든그레인사의 팝콘옥수수의 경우 제조일이 78년이었다.
수입식품에 대한 행정조치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의식, 크게 완화돼 있는 현실인데 이점에서 단체관계자들은 표시가 제대로된 수입식품만을 선택하는 등으로 소비자들 스스로가 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신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