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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관행(慣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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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34면

관(貫)은 꿰뚫을 관(毌)과 조개 패(貝)로 이뤄진 한자다. 고대 중국에서 화폐로 쓰이던 조개를 뚫어 엮었단 의미다. 돈 꾸러미가 관(貫)이다. 여기서 시간이 연속되고, 장소가 관련 있다는 뜻으로 발전했다. 우선 논어(論語) 선진(先進) 편에 용례가 보인다.

“노나라 사람이 장부라는 창고를 지었다. (공자 제자) 민자건이 ‘옛것을 그대로 따르는 게 어떤가. 꼭 새로 고칠 필요가 어디 있나’고 말했다. 그러자 공자가 ‘저 사람은 평소 말을 하지 않지만 말하면 반드시 이치에 맞는다’고 했다(魯人爲長府 閔子騫曰 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 ‘고치지 않고 관습을 따른다’는 잉구관(仍舊貫)의 출전이다.

국회의원의 관행(慣行)이라며 물의(物議)를 빚었던 고위직 인사가 끝내 낙마했다. 관(慣)은 마음(忄)과 관(貫)으로 이뤄진 형성자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습(習)으로 풀이했다. 관(貫)과 마찬가지로 시간상 관통·연속·장구(長久)의 뜻으로 확대됐다. 심리적으로 오래된 상태를 습관(習慣)이라 한다. 우리말로 버릇이다.

‘물의(物議)’는 중국 남북조시대 제(齊)·양(梁)나라 관리로 술과 기행으로 점철했던 사기경(謝幾卿)의 행적에서 나왔다. 세상 사람의 평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불설물의(不屑物議)’가 남사(南史)에 보인다.

지난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博鰲) 포럼 연설에서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다면 굳이 옛것만 본받을 필요가 없고, 진실로 일의 수행에 적합하다면 굳이 옛것만 따를 필요가 없다(苟利於民 不必法古, 苟周於事 不必循舊)”며 회남자(淮南子) 범론훈(氾論訓) 구절을 인용했다. 개혁은 관행의 파괴라 강조하면서다.

시 주석은 순자(旬子)도 언급했다. “순응하며 다스리면 길하다(應之以治則吉). 어지럽히며 다스리면 흉하다(應之以亂則凶).” 또 변화를 거절하면 누구라도 역사에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톱다운식 변화가 숨 가쁘다. 한국은 여유가 없다. 저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려면 관행도 사치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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