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외화 흥행엔 실패|『접시꽂 당신』등 방화, 11편이 오히려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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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외화 한편 수입하면 큰돈 번다」는 말은 이제 영화계에서 옛 얘기가 됐다. 큰돈을 벌기는커녕 본전도 못 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외화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만해도 무려 67편에 이르는 외화가 개봉됐다. 80년대 이후 동기 평균 개봉편수의 4∼5배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다.
한정된 관객을 여러 영화로 쪼개다보니 편당 관객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서울서 20만명이상의 관객을 모은 외화는 『로보캅』(45만9천명) 과 『톱건』(27만9천명) 등 단 2편뿐이다. 10만명이상의 영화도 13편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계에선 수입외화가 서울서 10만명이상은 끌어들여야 적자를 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50여편의 영화가 본전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86년까지만 해도 외화는 한 극장에서 2∼3개월씩 장기 상영됐었으나 요즘엔 2∼3주만에 간판을 내리는 외화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지난 86년7월 외화수입자유화 이후 「장미빛 꿈」을 안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84개 영화사 가운데 벌써 30여군데가 문을 닫았거나 도산직전의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2∼3년전까지만해도 외화 한편 수입하면 평균 3억원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영화계에 알려져 있었다.
『이젠 지방 흥행업자들도 웬만한 외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예전 같으면 외화 한편 들여오면 1억원씩 현찰을 들고 와 서로 사겠다고 나서던 이들이 요즘엔 2천만∼3천만원에도 망설이는 형편입니다.』
K영화사의 K사장은 『이제 외화수입으로 돈벌던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영화사들은 아직도 너도나도 외화수입에 혈안이 되어있다. 『나만은 흥행에 성공할 수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같은 기대로 엄청난 달러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흥행에 크게 성공하는 사례도 없진 않다. 지난해 『플래툰』을 수입했던 H영화사는 이 영화 한편으로 최소한 10억원이상을 벌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외화와는 대조적으로 올 들어 개봉된 한국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많다.
올 상반기에 개봉된 한국영화 36편 가운데 11편이 흥행안정권인 5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편에 비해 2배이상의 기록이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고 관객들도 우리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로 한국영화의 밝은 장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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