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방 앞두고 「포문」손질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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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부터 시작되는 13대국회의 첫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여야질문자 37명은 포문을 손질하느라 여념 없다. 깜짝 놀랄 폭로설도 나돌고 현장답사에 원고 손질하느라 입산까지 하는 등 열의가 넘치고 있다.
○…민정당은 대정부방어의 구태를 벗고 비판할 것은 과감히 비판한다는 큰 원칙을 세움에 따라 15명의 질문자 모두 「방망이」손질에 여념이 없다.
그 동안 2∼3차례 질문자대책회의를 가져왔고 2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총무단과 연석희의를 열어 중복을 피하는 최종교통정리를 했는데 이번엔 당내 「사전검열」을 폐지.
총무단의 한 관계자는 『대정부질문을 꺼리는 여당의 생리에다 13대 첫 발언이라 눈치를 보느라 질문자선정에 애를 먹었는데 원고 작성에 재량권을 대폭 부여하자 질문자마다 열의가 높아지고 신바람이 나있다』면서 『야당보다도 혹독한 내용이 더 많을까봐 걱정』이라고 엄살(?), 손님을 끌고있다.
그러나 「추궁」은 일부 각론에 불과하고 전체 흐름과 정치·통일 등 주요 부문에선 「정권안보」에 주안점을 둬 야당공세에 역공을 가할 작정.
정치분야엔 오유방·이민섭·나창주 의원 등 율사·언론인·교수출신의 이론가들을 내세워 6·29선언 1주년의 평가를 골간으로 6공화국의 민주화의지를 설명하는데 △중간평가가 위헌적 발상이며 △광주사태·5공비리문제 역시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
통일·외교·안보분야엔 지연태·강영훈·김정길 의원 등 전문가를 동원, 성급하게 과열된 통일논의가 자칫 북한측 전술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높다는 경고를 밑에 깔고 무분별한 통일논의를 성토할 방침.
○…평민당쪽의 대정부질문의원들은 13대국회의 첫 본회의질문을 통해 진짜 야당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한마디로 「개봉박두걸 기대」라는 자신만만한 분위기.
김대중총재도 직접 나서 정치분야질문자인 조세형·유인학 의원을 불러 코치를 했는가하면 경제분야질문자인 이상옥의원은 서울근교 진관사에 들어가 「입산수고」중이고 사회분야질문자인 박영숙부총재는 박사남편 (안병무교수)에게 SOS를 요청하기도 하는 등 열성.
10여일에 걸쳐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는 정치분야의 조세형의원은 6·29의 실체 및 광주문제·5공문제·신임투표문제 등을 섭렵할 계획해 새로운 「질문법」을 개발한다며 『장관들을 움치고 뛰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버릴 계획』이라고 기세가 등등.
역시 정치분야의 유인학의원은 여론수렴 및 「홍보」차 지역구에까지 다녀오기도.
경제분야의 임춘원의원은 그동안 30여명에 가까운 교수와 전직관료들을 만났다는 측근의 귀띔인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5공비리를 발굴, 「깜짝쇼」(?) 를 준비했다는데 그 파급영향 등을 고려, 채택여부를 고심하고 있을 정도라고 장담.
통일·외교분야의 문동환부총재는 그동안 개근상을 받아도 될 정도로 당사와 국회를 매일 오갔는데 지난달 30일부터는 소재까지 알리지 않은 채 잠적, 대작을 준비중.
○…민주당의 대정부 질문자들 역시 질문자료준비를 위해 현장파악에 나서는 등 열의.
초선의 재야변호사출신인 김광일 의원(정치분야)은 우선 12대국회때의 대정부질문 의사록 3백여쪽을 모두 복사, 완독했고 노태우대통령의 민정당대표시절의 대표연설, 6·29선언, 대통령 선거공약, 국회 국정연설, 6·29 1주년 기자간담회기록 등을 모두 수집, 분석.
국회 통일특위 위원장인 박관용의원(통일·외교·안보분야)은 제한시간 30분을 모두 통일문제에만 투입키로 했는데 학생운동권의 통일논의 분석을 위해 고교후배를 통해 재경대학 운동권 학생들과 접촉, 운동권통일론의 자료·유인물을 넘겨받고 재야의 KNCC·한겨레연구소 통일자료집, 정부의 통일론, 북한의 통일론, 재외한국교수들의 통일론 등을 모두 수집.
농촌운동출신의 박경수의원(경제2분야)은 지역구인 횡성-원성의 17개 읍·면을 모두 순회하며 대정부질문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벌였던 박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이를 위한 대책수립을 요구할 예정.
최기선의원(통일·외교·안보)은 대정부질문을 위한 특별팀을 만들었는데 북방외교 등과 한미관계의 재정립·군작전권·AFKN방송·통상·미군기지이전문제 등을 따질 계획.
재야 노동운동변호사출신의 노무현의원(사회분야)은 노동문제 접근방법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하며 노동문제 탄압이 심한 기업체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할 예정.
○…공화당의 정치부문 질문자는 처음 이병희부총재로 정해졌다가 이부총재가 중공을 방문하는 바람에 구자춘부총재로 교체.
구부총재는 시간이 없어 김종필총재의 대표연설을 구체화하는 정도로 그칠 생각.
경제부문 질문을 할 김용환정책의장은 4공화국 말기의 우리 경제정책 기조를 입안한 처지여서 『아직 그 근간은 변함이 없어 질문하기 난처하다』는 말도 했으나 직접 초고를 작성하면서부터 의욕을 보여 「대작」을 만들었다는 게 측근의 전언.
충남상공인협의회 회장으로 실물경제에 밝다는 이유로 경제2부문 질문을 맡은 이인구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 『평소세미나 등을 통해 갖고 있던 소신과 당의 선거공약을 중심으로 직접 작성했다』고 설명.
이의원은 시급한 민생문제중심으로 30여개의 질문을 추출한 후 10여개로 축소, 2일 인쇄에 돌입.
외교·안보분야의 이재연의원은 『체제문제 등 통일문제의 핵과 관련된 「폭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데 북측이 주장하는 군사회담을 긍정적으로 재검토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귀띔.
사회분야의 김문원대변인은 『5공화국의 부정·비리로 인해 허물어진 사회기품, 전두환전대통령 척족이 저지른 비리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집중 추궁하고 그 대책을 물을 생각』이라고 언급.

<이연홍·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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