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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무거운 한화 포수 지성준 "고교 때 마음가짐으로"

중앙일보

입력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한화 선발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포수 지성준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2018.4.18/뉴스1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한화 선발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포수 지성준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2018.4.18/뉴스1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한화 포수 지성준(24)은 씩씩했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경고등이 켜진 한화 안방을 홀로 지켜야했지만 부담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화는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4-5로 역전패했다. 패배보다 더 뼈아픈 건 주전 포수 최재훈(29)의 부상이었다. 최재훈은 두산 박치국의 투구에 왼손목을 맞았다. 뼈와 근육에 동시에 맞는 바람에 운좋게 골절은 피했다. 하지만 타박상 정도가 심했다. 19일 경기 전 만난 최재훈은 "좋지 않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손목은 얼음찜질을 한 채였다. 연습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보였다.

하지만 한화는 최재훈을 1군 엔트리에 그대로 뒀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포수를 2군에서 1군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올릴 선수가 없었다. 2013~14년 1군에서 56경기를 뛴 경험이 있는 엄태용도 발을 다쳤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지성준과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다퉜던 엄태용은 2군 경기에서 부상을 입어 11일 삼성전 이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포구와 송구 훈련은 하고 있지만 타격 훈련량이 부족해 1군으로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한화 2군 경기에선 김창혁(27)과 이성원(19)이 안방을 지키고 있다. 장안고 출신 신인 이성원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김창혁은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다.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 1일이 지나야만 정식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19일 경기 전 선수 등록일 제한에 대한 푸념을 하기도 했다.

17일 경기에선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이성열이 지성준의 미트를 빌려 임시로 안방을 지켰다. 하지만 엄태용의 콜업이나 최재훈의 부상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성준이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큰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지만 지성준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는 "재훈이 형이 다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어차피 주전 선수는 당일에 출전하는 선수가 주전 아닌가. 내 몫을 할 뿐"이라고 했다.

2014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지성준은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갖춰 미래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리고 5년 동안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키웠다. 2015년 9경기를 뛰었던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엄태용과 경쟁을 펼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재훈의 백업으로 경험을 쌓으며 12경기에 출전했다. 타석에서도 자신감을 키우면서 타율 0.333(21타수 7안타)를 기록했고, 데뷔 첫 홈런 맛도 봤다. 지성준은 "걱정은 되지만 (혼자서 책임졌던)고등학교 때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씩씩하게 내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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