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 패권국 야심… 신형 미사일 이어 세계 최고속 어뢰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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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이 1일 페르시아만에서 신형 어뢰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이 어뢰는 수중 음파 탐지기를 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적의 잠수함을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란 관영TV가 2일 방영한 화면을 연속 촬영한 것이다. [페르시아만 로이터=뉴시스]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군사대국을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며칠 새 스텔스 미사일에 이어 신형 어뢰 발사에도 성공했다. 이란이 신형 전략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력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 등 서방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라크가 무너진 뒤 중동의 패권국가로 등장하려는 야심도 담겨 있다.

이란은 2일 대형 군함과 잠수함을 파괴할 수 있는 고속 어뢰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후트(고래)'로 명명된 이 어뢰는 초속 100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어뢰 중 하나다.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적의 레이더에 관측되지 않는 기능을 갖춘 신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이란의 전략무기 개발은 수년 전 본격화됐다. 핵문제를 놓고 서방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서다. 이런 전략은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7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자원 수호를 위해 강력한 군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거리 미사일의 실전 배치와 최초 잠수함 건조,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 개발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뤄졌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소형위성도 쏘아올려 정보전에도 가세했다.

이란의 중무장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미국.이스라엘 등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군사적 제재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최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해지자 대규모 군사훈련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걸프만 북부 해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신성한 예언자'훈련에는 2만여 명의 병력, 1500여 선박, 각종 항공기가 동원됐다. 3일에는 이란의 해군함정 2척이 인도를 방문했다. '이란은 이라크와 다르다'라는 점을 확실히 알려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더불어 중동의 패권도 노리고 있다. 범아랍 군사전문 주간지 알디파(국방)는 3일자 최신호에서 "이란의 실질적인 위협은 재래식 전략무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방과의 핵 대치는 내부적으로 보다 많은 전략무기 생산을 위한 연막이라는 분석이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에서 최대 군사대국으로 자리 매김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쪽으로 오만, 서쪽으로는 레바논까지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지대를 구축하려는 것이 이란의 꿈이다.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이스라엘과 걸프지역의 친미 국가들의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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