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르뽀...문 대통령, 김정은 만날 회담장, 공사 인부들만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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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만날 판문점 평화의집은 18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수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만날 판문점 평화의집은 18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수진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집은 지난 18일 오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 도착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 평화의집 돌계단을 오른다. 정부와 유엔사령부는 18일 내외신 취재진에게 평화의집 현장을 살짝 공개했다. 평화의집에서 50m 가량 떨어진 공터에서 바라보도록 현장을 통제하고 내부 출입을 막는 등 민감한 모습이었다. 공개 시간도 약 10분으로 짧았지만 현장의 분주함은 느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마주 앉을 회담장은 2층에 있다. 1층 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분주히 오르락내리락하며 포장된 물건을 나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1층엔 공사 인부 5~6명이 보호구ㆍ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분주히 이곳 저곳을 체크했다. 일부는 종이로 싼 대형 액자로 추정되는 물건을 옮기기도 했는데, 회담장에 걸 그림을 교체하는 것으로 보였다. 1층의 유리문은 새로 교체한 듯 ‘X’자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일부엔 파란색 비닐이 보호용으로 덧씌워져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평화의집 공사는 20일 정도에 완료할 예정”이라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북측 선발대가 사실상 상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붉은 사각형 안이 군사분계선. 전수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붉은 사각형 안이 군사분계선. 전수진 기자

회담 준비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평화의집 현장에선 북한의 대남 방송 소리가 웅웅거렸다. 유엔사 관계자는 “최근에도 대남방송은 끊긴 적이 없다”며 “북한 군 동향도 (정상회담 추진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날 유엔사 측의 ‘안보 브리핑’에선 “북괴”라는 표현과 함께 “판문점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초미의 관심사는 평화의집까지 김정은이 어떻게 들어올지다. 김정은은 전용 방탄 벤츠 차량을 이용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ㆍ판문각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정은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루트로는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방법이 거론된다. 판문각을 등지고 유엔사가 관리하는 파란색 건물인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장(일명 T1)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장(일명 T2) 사이의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것이다.

현장에서 본 군사분계선은 높이 5cm, 폭 50cm 가량의 시멘트 구조물이었다. 군사분계선에서 평화의집은 남측 건물인 자유의집을 관통하면 약 170m, 그 옆 도로로 우회할 경우 약 270m의 거리다. 취재진들이 걸어보니 계단 경사 등이 가파른 편도 아니어서 거구인 김정은으로서도 크게 무리인 루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18일 남북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등 주요 장면을 생중계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을 맞이하는 장면도 상상 가능하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안의 전광판에 남북 정상회담 표어가 선명하다. 전수진 기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안의 전광판에 남북 정상회담 표어가 선명하다. 전수진 기자

그러나 이는 남북 모두에게 경호 부담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김정은은 차량을 그대로 탑승한 채 판문각을 그대로 지나쳐 더 직진을 한 뒤 우회해서 남측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은 1998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방북했던 루트다. 이 경우 평화의집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문 대통령을 평화의집 로비 등에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된다. 연합사 관계자는 “어떤 방법이든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판문점=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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