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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미국의 ‘Do No Harm’ 정책이 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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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최근 와이즈앱이 발표한 모바일 앱 4종(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의 2년간 소비시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인들이 유튜브를 사용한 시간은 257억분으로 카톡(179억분), 네이버(126억분)를 압도한다. 10대는 검색부터 뉴스시청까지 모두 유튜브에서 해결한다. 필자도 유튜브를 자주 애용하다 못해 동영상 시청 전에 봐야 하는 5초 광고를 없애기 위해 매월 월정액을 내고 광고 없는 유튜브를 본다. 광고를 보면 광고비를 받아가고, 광고를 안 보면 이용료를 받아가는 신출귀몰한 경지에 올라선 게 유튜브다.

법률가로서 필자는 유튜브를 배출했고, 또 다른 유튜브들을 양산해 내는 미국 정부의 ‘Do No Harm(해를 주지 않는)’ 정책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6일 미국 상원이 개최한 암호화폐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상품선물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 해를 주지 않는 정책을 취해 온 것은 의문의 여지 없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회사들에 필요 최소한으로 사후에 개입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를 통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인터넷 역기능에 대해 법률책임을 지지 않고 서비스를 개발해 인터넷 공룡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유튜브도 수혜자다. 초기 유튜브에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는 바로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영상콘텐트가 이유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관할권을 갖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가 넘쳐나던 유튜브였지만, 불법 콘텐트를 직접 올리는데 개입하지 않은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사법기관의 형사처분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법률 책임에 시달리다 대형 영상콘텐트 사업자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IT 강국이라 외치던 우리가 4차산업 혁명의 혁신에서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은 정부의 인터넷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장벽이 자초한 바가 크다.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벌어온다는 초대형 온라인 게임도 중독물질로 취급해 탄압한다.

승차공유만 해도 그렇다. 미국 우버의 기업가치가 70조원이 넘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전 세계 운수산업을 지배할 야심을 드러내는데 이때 우리 정부는 아직도 승차공유 업체들을 택시산업을 위협하는 골칫덩어리로 바라볼 뿐이다. 지역별, 시간대별 택시 승차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 풀러스 같은 승차공유 업체들은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들을 보노라면 머뭇거릴 시간도 없는데 정부의 상황인식은 너무나 안일하다. 우리의 논의는 이용료 과금이나 카풀 시간 확대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안경애 광명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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