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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공백 이겨내고 강해진 인천 AG 양궁 2관왕 정다소미

중앙일보

입력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정다소미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정다소미

1년, 2년, 3년… 태극마크와 멀어진 시간은 괴로웠지만 그만큼 더 강해졌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금메달리스트 정다소미(28·현대백화점)가 돌아왔다. 험난한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을 뚫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위한 기회를 붙잡았다.

정다소미는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끝난 2018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4위에 올랐다. 선발전을 마친 정다소미의 표정은 밝았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을 대상으로 재야 선발전까지 합치면 무려 8개월 간의 대장정을 거쳐 통과한 유일한 선수가 정다소미였기 때문이다. 정다소미는 "감회가 새롭다. 정말 힘들고 길었다. 그래도 잘 마무리해 기쁘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4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정다소미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다. 예선에서 1위에 오르며 개인전·단체전 출전권을 따냈고,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2015년 3차 선발전에선 최하위로 탈락했고, 2016년 예선에선 32명이 통과하는 1차 재야 선발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정다소미는 "그렇게 부진했던 건 처음이라 상당히 힘들었다. 특히 리우올림픽은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

괴로워하는 정다소미를 붙잡아 준 건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한국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3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5년부터 정다소미를 지도한 이은경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생각이 많은 친구다. 그래서 부진했을 때 더 조급했고 벗어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나도 똑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즐겁게 활을 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스스로 잘 이겨내 다행"이라고 했다.

정다소미는 "나는 결과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감독님의 조언을 새겼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잘하든 못하든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 활을 쏠 시간은 많다. '양궁장의 큰 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박미경(36) 언니처럼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16일 끝난 2018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과한 정다소미. [진천=김효경 기자]

16일 끝난 2018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과한 정다소미. [진천=김효경 기자]

어렵게 자카르타행 티켓을 따냈지만 끝은 아니다. 이번 평가전과 세 차례 월드컵, 아시안게임 예선까지 치러야 세 명의 최종 멤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양궁협회는 평가전 20점, 월드컵 대회당 10점, 아시안게임 예선 20점 등 점수를 부과한다. 이후 1위는 개인전·혼성전·단체전, 2위는 개인전·단체전, 3위는 단체전에 나선다. 4위가 되면 아예 메달에 도전할 기회도 얻지 못한다. 4위로 평가전을 통과한 정다소미는 1~3위에 오른 장혜진(LH)·이은경(순천시청)·강채영(경희대)보다 불리한 위치다. 정다소미는 "어렵긴 하지만 즐기면서 도전할 생각이다. 남은 대회도 잘 준비해 다시 한 번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고 싶다"고 웃었다.

진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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