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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사람들하고 이야기 나누다보면…” SNS로 본 드루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 씨(49ㆍ 필명 드루킹)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16일 밤 다시 공개됐다. 그는 블로그와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왕성한 SNS 활동을 이어왔는데, 블로그는 경찰 수사 중이던 지난 14일 비공개로 바꿨었다.

지난 14일 폐쇄됐다가 16일 복귀된 드루킹의 블로그. [블로그 캡처]

지난 14일 폐쇄됐다가 16일 복귀된 드루킹의 블로그. [블로그 캡처]

이날 공개된 블로그에는 2005년부터 써온 게시물 201건이 담겨있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그의 SNS엔 현 정부와 친분을 과시하면서도 다수의 진보 정치인을 맹공했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나에겐 파트너"

김 씨의 SNS에는 수많은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2015년 2월 18일 블로그에 “2001년 어느 날 저는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처음 모였다”고 적었다. 페이스북에서도 그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지지자였다면 내 이름을 아마 대개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루킹은 블로그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여러번 언급했다. [블로그 캡처]

드루킹은 블로그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여러번 언급했다. [블로그 캡처]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6월 21일 그는 트위터에 “새 정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광화문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중략) 그래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이었지!”라는 글을 썼다.

두 대통령을 파트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작년 7월 28일 그는 페이스북에 “노무현도, 문재인도 나에게는 동지요 파트너였을 뿐이지 추종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고 썼다. 원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출발해 현 대통령과도 긴밀한 사이라고 주장하려는 대목이다.

◇"새 법무장관으로 전해철"

김경수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 인사 청탁을 한 그는 SNS상에서도 정부 인사를 여러 번 언급했다. 지난해 6월 16일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바로 다음 날 김 씨는 트위터에 “새 법무장관으로는 전해철 의원이나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팀에서 일했던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가 검토되면 괜찮겠네요”라고 썼다. 신 변호사는 같은 달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발탁됐다.

김 씨는 6월 17일에 “대통령 비서실에 김현철 경제보좌관(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 들어간 것은 그나마 정말 다행. 일자리 창출, 경제붕괴의 해법으로서의 통일문제 등을 그가 잘 다뤄줄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지난해 8월 30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에 대해서는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의 검증 미흡으로 보인다”며 “몇 명 되지도 않는 장관후보자들의 검증에도 이렇게 여러 차례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박원순 사람이라고 포용 인사한 것인데 너무 수준 미달인 듯, 인사수석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9월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권 발목만 잡는 추미애"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ㆍ전해철 의원에 우호적인 글을 자주 올리면서도, 추미애 당 대표와 장하성 정책실장,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겐 적대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고 썼다.

드루킹이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3일 올린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드루킹이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3일 올린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9월 그는 “이번 정부 인사 중에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박성진보다는 오히려 장하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며 “장하성이 대통령의 믿음을 저버리고 사리사욕을 부리는 순간 나는 언제든지 장하성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겠다”고 썼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겐 “이재명 부류가 왜 일베충(일간베스트 유저를 비하하는 용어)처럼 느껴지는 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썼다.

드루킹이 페이스북에 올린 지난해 8월 20일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드루킹이 페이스북에 올린 지난해 8월 20일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또 그는 추미애 대표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발목만 잡아 왔던 추미애”(17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항하는 추미애발 쿠데타”(17년 8월 20일) 등의 표현으로 거칠게 비판했다. 그의 팟캐스트 주제 대부분도 추 대표 비판에 할애됐다. ‘추미애 당 대표의 위험한 행동’ ‘추미애 당 대표의 도발’ 등이다. 지난해 7월 31일 그는 팟캐스트를 종료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추미애 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간의 갈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여론 환기가 이뤄져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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