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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상도 가족으로 만나요"...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고모 항상 그립습니다. 보고싶어요."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세월호 추모관 인근에 나붙은 추모의 글이 적힌 노란리본. 임명수 기자

"고모 항상 그립습니다. 보고싶어요."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세월호 추모관 인근에 나붙은 추모의 글이 적힌 노란리본. 임명수 기자

“기억하며 눈물 흘리기보다 추억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꼭 4년 전 오늘 세월호 참사로 어머니(故 김순금·당시 60세)를 잃은 배상수(42)씨의 말이다.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에서 4주기 #영결식 못한 11명, 이날 합동영결식 엄수 #유가족들 "이제는 떠나보낸다"면서 눈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유정복 시장 등 참석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에서 만난 배씨는 “어머니는 자신의 회갑을 기념해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던 중이었다”며 “3월 22일 태어난 둘째 손녀가 보고 싶지도 않으신지 홀연히 떠나셨다”고 했다. 4월 21일 어머니의 시신을 찾았지만 둘째 딸의 백일잔치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배씨는 자신에게 안겨 있는 둘째 딸을 꼭 껴안으며 “이제는 보내드려야 할 때인 것 같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린 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추모관 앞. 참사 후 영결식을 치르지 않은 11명의 영정이 추모식장에 안치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린 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추모관 앞. 참사 후 영결식을 치르지 않은 11명의 영정이 추모식장에 안치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 및 11명의 영결식이 3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자리에 앉아 추모식을 위해 설치된 무대만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오후 2시50분쯤 참사 후 영결식을 치르지 못한 11명의 영정이 무대로 다가서자 유족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故 방현수(당시 21)씨의 어머니 김기숙(55)씨는 아들의 영정사진이 들어서자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에서 희생자 지인이 납골함을 매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에서 희생자 지인이 납골함을 매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11명은 아르바이트생 김기웅, 방현수씨와 안현영 대표, 권재근씨와 권씨의 아들(혁균) 등이다. 이들은 2014년 다른 희생자들과 달리 영결식을 치르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하겠다며 안산 정부합동청사에 모셔져 있었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합동 영결식이 진행됨에 따라 일반인 희생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날 인천으로 옮겨졌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추모사에서 “많은 사람은 시간이 이 슬픔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며 “가슴속에 언제든지 살아계신 데 만나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으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며 “다음 세상이 있다면 그때도 꼭 가족으로 만나 오래오래 사랑하며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인근에 걸린 노란 리본. 리본 뒤로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임명수 기자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인근에 걸린 노란 리본. 리본 뒤로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임명수 기자

그는 “세월호 참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더 안전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진실을 꼭 밝혀 주시길 바란다”며 “지금 세월호 특별조사위에서 하는 일은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조사에서 “지난 4년, 유가족들의 아픔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겠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며 “안전불감증과 안전 무시 관행을 근절해 우리 사회에 인재(人災)라는 말이 발붙이지 못 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유가족들과 일반인들이 노란우산을 이용한 '노란우산 퍼포먼스'를 통해 만든 종이배. [사진 서영석 작가]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유가족들과 일반인들이 노란우산을 이용한 '노란우산 퍼포먼스'를 통해 만든 종이배. [사진 서영석 작가]

이날 추모식 후에는 ‘노란우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번 퍼포먼스는 유가족과 일반인 등 70여 명이 노란 우산을 펴 종이배를 만드는 것이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인천가족공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퍼포먼스를 준비한 서영석 사진작가는 “누군가는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데 자꾸 잊혀지는 것 같아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퍼포먼스를 마친 뒤 이날 11명에 대한 합동 장례와 전체 희생자 43명에 대한 개별 장례를 치렀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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