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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11.6%… 알바·공시생 포함하니 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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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5일 서울시 강남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을 마친 뒤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시 강남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을 마친 뒤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출구가 보이지 않는 최악의 고용 상황을 재차 보여준 ‘2018년 3월 고용 동향’(통계청 발표) 자료에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확장실업률’이다.

실업률, 현실 반영 못한다 지적에 #통계청, 확장실업률 용어 첫 사용 #청년 4명 중 1명 꼴로 사실상 실업

말 그대로 실업자의 범위를 공식 실업 통계보다 넓게 본다는 개념이다. 지난달 공식 실업률은 4.5%로 집계됐는데, 확장실업률을 적용하면 12.2%에 이른다. 집계 방식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의 통계청을 비롯해 주요 국가는 실업률 집계 시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를 따른다. ILO는 ①지난 1주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Without work) ②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Availability for work) ③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수행(Seeking work)한 사람을 실업자라고 한다.

공식 실업률은 4.5% 확장실업률은 12.2%

이렇다 보니 체감상으로는 ‘사실상 실업’과 다름없는데 공식 통계에는 실업자에서 빠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예컨대 A씨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구직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A 씨는 자신이 온전한 취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업자에 가깝다고 여긴다. 아르바이트 일은 대기업 취업을 위한 길에 잠시 거쳐 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서다. 그런데 공식 통계는 A씨를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한다. 일자리의 질을 떠나 수입을 목적으로 주당 1시간 이상 근로하면 취업자로 간주하는 집계 방식 탓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공식 실업률이 구직자들의 체감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실업률이 4.5%로 3월 기준으로는 2001년(5.1%)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을 고려하면 4%대 실업률이라는 수치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확장실업률은 이런 체감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고용보조지표’중 하나다. A씨의 경우를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로 분류해 실업자 범주에 넣는다.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구직활동 여부에 상관없이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한 ‘잠재경제활동인구’도 실업자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원서를 내지 않은 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은 공식 실업률에는 포함되지 않는데, 확장실업률에선 이들도 실업자로 분류한다.

이렇게 집계한 확장실업률은 자연히 공식 실업률보다 수치가 크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6%지만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4%에 이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조지표3을 확장실업률로 명명

확장실업률이 처음 선보인 용어이긴 한데,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통계청은 지난 2015년부터 실업자의 범위를 넓힌 고용보조지표 1~3을 매달 공식 실업률과 함께 발표하고 있다. ILO의 노동저활용지표(Labor Underutilization Indicator)를 활용하고 있다. ILO는 이 지표를 총 4단계(LU1~4)로 구분하는데 한국의 고용보조지표 1~3은 LU2~4와 같은 개념이다. 고용보조지표1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를, 고용보조지표2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실업자에 포함한다. 지난달 고용보조지표1은 6.8%, 고용보조지표2는 10.1%로 집계됐다.

고용보조지표3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실업자로 간주한다. 통계청은 이런 고용보조지표 3을 ‘확장실업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ILO의 지표 명칭을 본떠 고용보조지표1~3이라고 했는데, 국민이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라며 “고용보조지표 중 가장 포괄 범위가 넓은 고용보조지표3을 확장실업률이라고 지칭키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업률’ 등도 명칭 후보군에 올랐는데 관계부처 간 논의 끝에 확장실업률로 공식 명칭이 정해졌다.

실업률 통계와 현실의 괴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6월 민간 경제연구원의 ‘체감 실업률’ 발표에 대해 통계청이 강하게 반박한 적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2015년 8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이 32.4%에 이른다고 밝혔다. 10% 안팎인 공식 청년 실업률과 비교해 3배가 넘는 수치다. 비자발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구직 준비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청년 등을 실업자에 포함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실업률 통계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이에 당시 유경준 통계청장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보조지표는 ILO 기준에 맞게 작성되고 있다”며 “비자발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등을 실업자에 포함하는 건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실업률 통계에 대한 체감과의 괴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그만큼 고용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청년 실업률이 통계상으로 10%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수치 이상으로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통계가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정책의 효과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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