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에서 먼저 맞붙은 미국-러시아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었다. 시리아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에서다.

14일 러시아가 요청한 긴급회의 #시리아 공습규탄 결의안은 부결 #헤일리 "미국은 장전돼 있다"

14일(현지시간) 긴급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지배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헤일리는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상당한 손상을 가했다고 자신한다”면서 “시리아 정권이 독가스를 다시 사용한다면, 미국은 장전돼(locked and loaded) 있다”고 퍼부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그는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면서 “이번 공습은 시리아 정권이 더는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시리아 정권이 자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인해 두마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고, 미국 측은 시리아 정부군이 염소 가스보다 치사율이 더 높은 사린가스를 화학무기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과 합동작전을 전개해 13일 시리아에 대한 보복공습에 나섰다.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는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내지 못했다”면서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들은 계속 부결됐고, 이는 시리아 정권에 화학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 때문”이라고 러시아를 쏘아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모습.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모습. [AFP=연합뉴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시리아 공습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안보리의 권위를 훼손했다”면서 “국제무대에서의 무법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즉각 호전적인 행동들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바샤르 자파리 유엔 주재 시리아대사는 공습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싸잡아 맹비난하면서 “우리의 방공시스템이 미국ㆍ영국ㆍ프랑스의 공습에 맞서 100개의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러시아가 상정한 시리아 공습규탄 결의안은 부결됐다. 러시아와 중국, 볼리비아 등 3개국만 찬성 입장을 밝혔고, 시리아 공습에 참여한 미국과 영국ㆍ프랑스가 일제히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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