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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은 강요죄ㆍ뇌물죄 위반"... 한국당이 위법성 강조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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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운명을 결정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15일 자유한국당이 김 원장을 상대로 총력 공세를 계속했다.

김기식 금감원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중앙포토]

김기식 금감원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중앙포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청와대와 민주당이 왜 모든 정국 현안을 포기하면서까지 ‘김기식 지키기’에 매달리는지 알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의 이런 태도는 편집증적 집착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한국당은 이날 김 원장이 세 가지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한국당은 강요죄 혐의를 주장했다. 김 원장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더미래연구소의 교육 프로그램인 ‘미래리더아카데미’가 국정조사를 앞둔 시점에 피감기관 인사들을 상대로 350~600만원의 고액 강좌를 강제로 수강하게 했다고 한국당은 보고 있다.

한국당은 또 대외경제연구원ㆍ한국거래소ㆍ우리은행 등 피감기관의 돈으로 본인과 보좌관이 해외 외유를 떠난 게 뇌물죄 및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제기했다. 임기 종료 직전에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후원하고, 그 후 소장으로 선임돼 봉급으로 8550만원을 받아간 ‘셀프 급여’와 1000만원짜리 정책 용역을 맡기고 다시 후원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아낸 점 등이 이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연루된 댓글 파문과 관련해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연루된 댓글 파문과 관련해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선관위에 질의한 네 가지 중 임기 말 후원금으로 직원들 퇴직금으로 나누어 주는 것은 애초에 범법행위와는 관계없는 사항”이라며 “위법 사실에 해당하는 사안은 쏙 빼고 질의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답변으로 김기식 원장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일랑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국당이 김 원장에 대해 이른바 죄목까지 주장하고 나선 건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13일 “김 원장의 행위 중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라는 서면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권에선 ‘김 원장이 비록 국민 눈높이에는 어긋나지만 당시 관행이었다’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정작 문제 삼는 건 김 원장의 도덕성이 아니라 명백히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마치 본인들은 고고하고, 김기식만 큰 죄를 저지른 양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국당에 맞섰다. 같은 당의 진선미 의원은 “후원금을 보좌관 퇴직금으로 주는 것을 명백히 허용하는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김기식 금감원장 의혹과 관련해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악의적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남인순, 유은혜, 박홍근 의원. [연합뉴스]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김기식 금감원장 의혹과 관련해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악의적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남인순, 유은혜, 박홍근 의원. [연합뉴스]

청와대는 김 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 중앙선관위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선관위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지난 12일 발표와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김 원장 의혹에 대해 하나라도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김 원장은 자진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으면 김 원장에게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경우,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로 재검증까지 하고도 김 원장에 대해 적법하다고 밝힌 청와대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선관위가 당시 관행에 비추어 김 원장 행위가 불법은 아니었다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야권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불거진 청와대와 야권의 갈등 속에 국회 내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꽉 막혀 있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김 원장이 사퇴하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최민우ㆍ위문희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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