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민주당 권리당원에 의한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거론하며 배후설을 부인한 가운데 ‘드루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이 거론한 ‘드루킹’은 최근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원 3명 중 1명인 김모(48)씨의 필명이다.
14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네이버 기사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김씨는 네이버에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운영하던 인물이다.
느릅나무 출판사의 공동 대표로 지내며 유명 정치논객 블로거로 활동해 온 김씨는 여당인 민주당의 당원이면서도 현 정부의 비판 댓글에 ‘공감’ 클릭수를 높이는 등 이해가 되지 않는 행적을 보였다.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해 인터넷상에서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김씨는 ‘드루킹’을 쓰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서프라이즈’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뽀띠’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당시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과 관련 분석들을 쏟아내며 일종의 ‘진보진영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뽀띠’ 김씨는 여러 글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외교력을 치켜세웠다.
그러던 중 김씨는 네이버에서 ‘드루킹’으로 필명을 바꾸고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한껏 유명세를 탄다. 그의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는 이날 오후까지 누적 방문자가 984만여명에 달할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2009년과 2010년 시사ㆍ인문ㆍ경제분야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김씨는 민주당에 주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이었고, 지난해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온라인에서 공개 지지했다. 그해 12월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나는 노무현의 지지자, 문재인의 조력자이며 문 대통령의 시각으로 정국을 본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여전한 친문 성향을 드러냈다.
김씨는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4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고 소액주주 운동을 통한 사회 변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경공모 활동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들을 여럿 초청해 강연을 여는 등 회원들에게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력을 보면 김씨의 범죄 혐의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는 공범 2명과 함께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에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에서 “보수가 한 짓처럼 보이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민주당원이 문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민주당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