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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베테랑 공무원이 찾은 새 테마는 '인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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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경은 엠네스티 사무처장

이경은 엠네스티 사무처장

“이제는 ‘테마’를 가지고 살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게 남은 인생의 테마는 인권 문제였어요.”

이경은 한국앰네스티 신임 사무처장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생활을 20년 만에 접은 이유는 ‘나의 인생 테마 찾기’였다. 12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경은(50·사진) 신임 사무처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서울대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38회에 합격했다. 청소년위원회,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을 거친 베테랑 공무원은 이달부터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에서 남은 인생의 행보를 시작했다. 1972년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설립된 이래 사무처장으로 공무원 출신이 부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지부 이사회와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은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이 처장을 선임했다.

국제 인권규범은 사실 이 처장의 전공 분야다. 95년 공직 청소년위원회에서 청소년성보호법 제정 단계에 관여했고, 2000~2002년엔 미국 국제법·외교학 전문대학원인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국제법과 국제관계학’으로 석사를 땄다. 그의 논문 제목은 ‘아동 성 착취에 관한 보호’였다. 지난해 2월 제출한 서울대 법대 박사과정 논문 주제는 ‘국제 입양에 있어서 아동권리의 국제법적 보호’였다. 이후 1년간 고려대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언론사와 함께 ‘한국 해외입양 65년’ 기획보도에 전문가로 참여해 제20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이 처장은 “국제법은 보통 유엔에서 성립된 규범을 말하는데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막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법적인 규범과 원리, 원칙이 한국 내에선 인권 관련 법제의 공백들을 메우는데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나 성폭력, 여성 평등, 성소수자 문제 등 차별 문제가 심각한데 특별법 하나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법제 전반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계속 고쳐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앰네스티의 국제 인권 규범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내 일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을 활동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앰네스티가 시작한 전 세계 양심수를 위한 편지쓰기다. 회원들이 풀뿌리 조직을 이루며 오랜 세월 쌓아온 이런 것들이 앰네스티의 자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를 당한 당사자가 있다면 그 옆에서 ‘내 일처럼’ 연대해 활동하는 옹호자들이 있어야 인권 문제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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