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최순실 덕에 국정원장 됐다면 할복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순실씨의 입김으로 원장직에 오른 것 아니냐는 검찰의 의혹 제기에 “할복자살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남 전 원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 측 신문을 받던 중 이 같이 말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재임 시절 6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만큼 그에게 뇌물을 줘야 할 동기가 있었다는 취지로 “원장으로 내정되는데 최순실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 전 원장은 “최순실 때문에 내가 국정원장에 갔다면 할복자살을 하겠다”며 “최순실이라는 이름 자체를 신문에 국정농단 사건이 나오면서부터 들었다. 이런 자리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인격모독을 하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또 검찰이 최씨의 외장 하드에서 발견된 인선안 문건에 남 전 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는 말에도 그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남 전 원장은 “당시 내정 사실을 전혀 몰랐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 바로 수락하지도 않았다”며 “언론 보도가 나면서 결과적으로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청와대 넘어간 특수활동비 40억원 중 6억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 등을 통해 현금 5000만원을 매월 1회씩 총 12회에 걸쳐 상납한 혐의를 받는다.

2003~2005년 육군 참모총장(대장)을 끝으로 군을 떠난 그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국방안보특보를 맡았다. 이후 2013~2014년 국정원장을 지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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