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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백화점 판매 1위 참기름 만드는 60년 전통 방앗간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박민 옛간 대표가 지난 3월 확장 이전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 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박민 옛간 대표가 지난 3월 확장 이전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 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울주군 언양읍 평리에는 옛 정취가 느껴지는 나무 격자 유리문의 방앗간이 있다. 참기름을 짠지 3대(代) 60년 된 옛간(옛날 방앗간)이다. 초등교사였던 고(故)박일환 옹과 아들 박영훈(67·옛간식품연구소장)에 이어 2010년부터 손자 박민(38) 대표가 방앗간을 운영한다.

옛간 공장 전경. [사진 옛간]

옛간 공장 전경. [사진 옛간]

옛간 제품군은 기름류, 가공 곡식류, 곡물가루 등 7가지, 제품은 100개 정도다. 한 달 참기름 생산량만 2만 병(1병 350mL)이다. 거래처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호텔·은행 수십여곳과 한정식집 등 전국의 식당 300여곳이다. 전국 각지에 제품을 공급한다. 현재 마트·백화점에서 참기름 분야 판매 1위를 하고 최근 5년간 매출이 100%씩 늘고 있다. 박 대표는 “매출은 비밀”이라고 했다.

울산 ‘옛간’ 박민 대표 인터뷰 #3대째 전통 방식 참기름 고집 #8년 동안 생 깨 먹으며 맛 연구 #백화점·홈쇼핑서 먼저 러브콜 #한 번 먹으면 열에 아홉 다시 사 #“5년 내 참기름 1위 기업 목표”

이 회사가 다시 도약을 준비한다. 1959년 처음 문을 열었던 울산 북구 정자동을 떠나 지난 3월 평리에 새 터전을 마련하고 공장을 확장해 생산량을 4배로 늘렸다. 5월에는 온라인 몰을 열고 곧 공장 옆에 전통 참기름 체험관을 지을 계획이다.

1980년대 옛간 모습. [사진 옛간]

1980년대 옛간 모습. [사진 옛간]

고 박 옹은 50년대 울산 장생포에서 고래 기름 짜는 틀을 보고 나무 찜누름 틀을 개발했다. 기계가 없어 수작업으로 참기름을 내리던 시절이다. 초기에는 박 옹이 아내와 농사지은 참깨로 세척·볶음·정선·착유 과정을 거쳐 참기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온도를 조절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찜누름 틀은 이제 없어졌지만 한국폴리텍대학 배관과 교수였던 박 소장이 88년 시중 착유기와 찜누름 틀을 접목한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옛간 참기름은 볶은 참깨가 침전물처럼 가라앉아 있어 흔들어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음식에 넣었을 때 고소함이 오래간다. 이 맛을 유지하기 위해 참깨를 볶는 일은 박 소장과 박 대표만 한다. “볶을 때 발의 위치와 팔의 자세에 따라 맛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 기계기술이 30%, 손기술이 70%라는 뜻이다.

30년째 참기름을 짜온 2대 박영훈 사장의 손. [사진 옛간]

30년째 참기름을 짜온 2대 박영훈 사장의 손. [사진 옛간]

박 대표는 방앗간을 물려받기 전 문을 닫자고 2년간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버지가 매일 새벽 기름을 짜고 참기름 한 병 배달하려고 밤늦게 먼 길을 가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갔다. 방앗간을 식품기업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아버지에게 배운 일이 쌉싸름한 생깨를 먹으며 좋은 깨를 감별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매일 생깨를 씹는다. 좋은 깨는 껍질과 알이 붙어 있고 껍질이 너무 두껍지 않아야 한다. 박 대표는 “8년간 매일 새벽부터 참기름 만드는 법을 배웠지만 아직도 혼자서는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다”며 웃었다.

옛간 박민 대표. [사진 옛간]

옛간 박민 대표. [사진 옛간]

초기에는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고 직원을 늘렸다. 일본에 수출도 했다. “쉽게 크려 했어요. 하지만 유통·마케팅에 치중하다 보니 지출이 너무 많더라고요.”

박 대표는 “고민 끝에 수십 년간 옛간 참기름을 먹어온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 덕분에 많이 팔리고, 본질은 제품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원을 15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다시 맛 내기에 집중했다. 품질 유지에 집중한 뒤로는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거래처 성격에 맞게 제안서를 보냈다. 반찬가게에서 참기름과 봄나물을 함께 팔 수 있게 맞춤 제품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박영훈 2대 사장이 볶은 참깨를 확인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박영훈 2대 사장이 볶은 참깨를 확인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옛간 제품은 대기업 제품보다 20% 정도 비싸다. 전통 찜누름 방식으론 기름양이 적게 나와서다. 대량 판매가 늘었지만 여전히 한두 병씩 찾는 개인 주문이 많다. 울산에선 전화 주문을 받아 매일 아침 트럭으로 배달도 한다.

박 대표는 “한번 먹어보면 열에 아홉은 다시 구매하고, 제품이 좋다고 소문나니 2012년부터 백화점·홈쇼핑에서 연락이 온다”며 “정직함·성실함이 60년 전통의 비결이었다. 앞으로도 전통 찜누름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에 입점한 옛간 매장. 50년 된 볶음 솥이 보인다. [사진 옛간]

롯데백화점 분당점에 입점한 옛간 매장. 50년 된 볶음 솥이 보인다. [사진 옛간]

“20대에 교육 컨설팅 사업을 했다”는 박 대표는 “5년 안에 참기름 국내 1위의 곡물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아버지 박 소장은 “정직하게 만들면 맛을 알아주는 이 직업에 감사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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