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진보진영 탄압 내용 담긴 대통령기록물 직접 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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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진보진영 탄압 등의 내용이 담긴 대통령기록물 일부를 직접 파기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기록물 일부를 대통령기록관으로 미이관하겠다'는 문건에 승인하기도 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이 같은 사안을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이 '현안 자료' '주요 국정 정보' '주간 위기징후 평가보고' '현안 참고자료' 등을 보고받은 뒤 일부를 파기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자료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작성한 것으로 좌 편향 실태 조사와 맞대응 조치 방안, 좌파성향 단체 배제 및 보수단체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문건을 직접 파기하고, 일부 자료는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에게 파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인 2013년 2월 김모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대통령 기록물 3402건을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김 선임행정관이 이 전 대통령 집무실에 남겨진 문건을 수거해 제1부속실에 보관했고,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총무기획관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이 담긴 '퇴임 후 계획 관련 진행 상황' 문건에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된 문건에는 '기록물을 재분류해 대통령기록관 이관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 법상 대통령이 보고받은 보고서는 모두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해야 하는데, '현안 자료' '주요 국정 정보' 등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 한 건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고 그대로 제1부속실 등에 보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9일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하며 대통령기록물 유출, 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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