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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가진 부모라면…‘딸·아들 바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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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로 알려진 추성훈(왼쪽)과 딸 추사랑(오른쪽) 부녀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돌아왔다 캡처]

딸바보로 알려진 추성훈(왼쪽)과 딸 추사랑(오른쪽) 부녀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돌아왔다 캡처]

아이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내 아이가 생기면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내 자식이라면 끔찍이 생각하는 부모를 일컬어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부모 행동'이라 불리는 이 행동은 흔히 포유류들에게 공통으로 관찰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으로만 여겨지던 부모의 자식 사랑이 뇌 안의 신경 물질 덕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부모 행동'은 뇌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모 행동을 유발하는 세포를 활성화하면 새끼 쥐를 물어뜯던 젊은 쥐도 부모 쥐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연구진은 교미 경험이 없는 젊은 수컷 쥐가 교미 후 자신의 새끼를 갖게 되기까지의 행동을 관찰했다.

교미 전 젊은 쥐는새끼 쥐를 만났을 때 물어뜯는 등의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암컷과 교미해 자신의 새끼가 태어날 즈음이 되니 공격성은 줄어들고, 자신의 새끼 쥐를 키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새끼 쥐를 키우기 위해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 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젊은 수컷 쥐에게서 관찰된 부모 행동이 뇌 시상하부의 전시각중추(medial preoptic area)와 관련돼 있음을 찾아냈다.

전시각중추는수컷 쥐의 성적 행동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컷 쥐가 보인 부모 행동은전시각중추의 세포 중 '갈라닌(galanin)'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신경세포와 관련이 있었다.

교미 전 '젊은 쥐'의 갈라닌 발현 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공격성이 줄어들고 '부모쥐'처럼 행동했다.

이런 결과는 암컷 쥐에게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캐서린 듀락 교수는 "포유류의 부모 행동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세부적인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연구는 언젠가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를 돕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1일 자에 공개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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