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강진 대한민국 흔들었지만, 5개월 지나도 “대책 아직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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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변재일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1월 16일 지진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포항시 관계자로부터 피해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변재일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1월 16일 지진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포항시 관계자로부터 피해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집을 고치긴커녕 지진으로 망가진 가전제품과 가구를 새로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지진 관련 법안 대부분 ‘지지부진’ #5건 발의했으나 1건만 본회의 통과 #복구 지원법 등 상임위 상정도 못해 #정부 ‘지진 방재 개선안’도 미완성 #“일 터지면 그때뿐” 민심 부글부글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으로 ‘전파(全破)’ 판정을 받은 한 아파트. 외벽은 어른 팔뚝이 드나들 만큼 갈라지고 집안은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뒤틀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주민들이 받은 보상금은 900만원. 15년 전 풍수해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보니 실제 복구 비용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반파는 450만원, 소파는 100만원으로 보상금이 훨씬 적다.

지진 직후 피해 복구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지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이 법안뿐만 아니라 지진 관련 법안 대부분이 상임위에 묶여 있다. 정부가 올해 3월까지 마련하겠다던 지진 방재 개선 방안도 미완성이다. 포항시민들 사이에서 “일 터지면 그때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진 후 현재까지 지역구 의원인 김정재(포항 북구), 박명재(포항 남구·울릉)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진 관련 법안 5건을 대표발의했다. 이 중 1건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4건은 발의된 지 2~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임위 단계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20일과 같은 달 27일 지진 관련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진으로 주택이 50% 이상 파손된 경우 막대한 복구 비용이 들어가지만 현행법으로는 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 지원금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8일 민간 건물의 내진 설계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의 사업비 지원을 늘리자는 지진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역시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전체 건축물 709만 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이뤄진 건축물이 56만개 동(7.9%)에 불과한 상태에서 해당 법안이 내진설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박 의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엔 국가 차원의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 역시 언제 처리될 지 미지수다.

유일하게 본회의를 통과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마저도 지진 피해 초기수습 시기를 놓친 지난달 30일에서야 통과돼 포항시가 신속한 행정 처리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백 포항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자기들끼리 정쟁을 하느라 바빠 11·15 지진에 대해 관심이 없다. 법안 발의만 해놓고 처리를 안 하는 것은 그저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상 초유의 지진을 겪고도 법안 심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이었다면 직무유기로 강한 처벌을 받았을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뿐 아니라 행정안전부도 올해 3월 내놓겠다던 지진 종합 개선 방안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행안부는 11·15 지진 피해 복구비를 1445억원으로 확정하는 한편 ‘지진방재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시 행안부는 “지진 대응 과정에서 제기된 실내구호소 운영, 이재민 관리, 안전점검체계 등 제도개선 사항 및 지진 관련 법령 정비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조직·인력까지 검토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진방재 개선방안을 정리하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 승인을 거쳐 조만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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