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삼성증권, 주가 급락, ‘큰손’ 연기금 잇따라 거래중단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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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시작으로 ‘큰손’ 연기금들이 잇따라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삼성증권과 직접 운용 거래를 9일부터 중단했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증권을 통해 더는 주식 매매(직접 운용)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자산을 위탁한 운용사에서 삼성증권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것(위탁 운용 거래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위탁 운용 거래 제한은 이후 금감원의 삼성증권 특별점검 진행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금융 사고 발생에 따른 거래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직접 운용 부분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유령 주식 발행 사건을 이유로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중앙포토]

국민연금이 유령 주식 발행 사건을 이유로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중앙포토]

국민연금은 130조원이 넘는 주식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투자자다. 삼성증권 외 45개 증권사와도 거래하고 있다. 이번 중단 결정으로 주식 거래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에 이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이날 삼성증권과의 직접 운용 거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도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모두 국내 투자업계 ‘큰 손’으로 꼽히는 곳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기관이 문제 삼은 건 삼성증권의 구멍 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직원 윤리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 보유 사내 직원에게 배당을 입금하면서 ‘1000원’을 ‘1000주’로 입력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28억 주에 달하는 삼성증권 유령 주식이 발행됐다.

내부 직원 16명은 유령 주식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사고 당일 유령 주식 매도를 시도했던 직원 6명도 추가로 드러났다. 주식을 팔려고 주문을 냈다가 급히 취소한 이들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추가로 적발된 6명도 문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삼성증권 측이 책임져야 할 손실은 100억원대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나 사고 당일 급하게 삼성증권 주식을 팔면서 손실을 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 외국인 투자자의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삼성증권에 434건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사태 직후 삼성증권 주식을 팔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투자자 역시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사고 당일 장중에 기록했던 최저가(3만5150원)에 근접할 만큼 삼성증권 주가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 주가는 하루 전보다 4.44% 하락한 3만5550원에 마감했다. 사고 발생 이후 10% 넘게 주가가 내렸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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