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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 트럼프에 관세인하 카드 꺼낸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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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자동차 등 주요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수입을 확대해 무역수지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밝혔다. [보아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밝혔다. [보아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대해 관세인하와 무역 균형을 언급함으로써 정면 대결을 피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무역 갈등을 풀자는 뜻을 밝힌 셈이다. 동시에 미국의 보호주의를 견제하고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함으로써 명분과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측면도 있다.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서 #정면대결 피하고 대화 메시지 #'미국=보호무역, 중국=자유무역' #이미지로 명분 대결 역공 의미도

시진핑 주석은 이날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개혁ㆍ개방은 (공산혁명에 이은) 중국의 제2혁명이며 중국을 크게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세계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 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개혁·개방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밝혔다. 이는 ▶시장진입 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적극적 수입 확대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밝혔다. [보아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밝혔다. [보아오 로이터=연합뉴스]

구체적 방안으로는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 시장과 자동차 업종에 대한 외자 출자 비율 제한의 완화를 먼저 꼽았다. 시 주석은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개방됐고 자동차ㆍ선박ㆍ항공기 등 소수업종에서 규제가 있는데 특히 자동차 업종에서의 외자비율 제한을 이른 시일내에 풀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경우 ▶반드시 중국업체와 합작해야 하며 ▶지분율은 50% 이하여야 한다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 진출시에 베이징자동차와 50:50의 비율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했지만, 앞으로는 과반이 넘는 지분 보유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증권 49%, 보험 50% 등의 지분 제한을 완화하며 보험사 설립 요건과 업무 범위 제한 등의 규제도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무역 흑자를 목표로 추구하지 않는다”며 “수입을 확대하고 경상수지 균형을 촉진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자동차 관세를 상당폭 낮출 것이며 다른 분야 상품의 관세도 낮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중서부 ‘러스트벨트’에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카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조치를 취한 명분이 된 지적재산권 보호 방침을 언급하며 “국가지식재산권국을 재편해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정부도 중국의 지재권을 보호해주길 바란다”며 “선진국은 첨단기술 제품의 무역 제한을 중단하고 중국 제품 수출의 제한을 완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시 주석은 40분간에 걸친 연설 곳곳에서 보호주의를 견제했다.
“약한 자를 괴롭히는 강권주의는 버려야 한다”거나“독선과 제로섬 게임, 폐쇄주의는 진부하고 추세에 뒤떨어진다”고 한 발언 등이다. 그는 “역사는 우리에게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폐쇄는 낙후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중국은 개방의 문을 닫지 않고 더 크게 열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는 간접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중국=개방ㆍ자유무역, 미국=폐쇄ㆍ보호주의’의 상반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 건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처럼 상품과 자본, 인적자원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무역항을 중국 본토 안에 건설하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이 구체적인 장소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내에선 하이난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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