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절반은 중국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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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초미세먼지 공식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값을 보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옥외 전광판에 미세먼지 행동요령이 표시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2~27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은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대기오염 물질에 한국 오염물질이 더해진 탓에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초기에는 중국발 오염물질의 영향이 69%까지 차지했으나, 후반에 들면서 중국 오염물질의 비중은 32%까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2~27일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의 원인과 관련, 지상과 위성 자료, 대기 질 모델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9일 발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고농도 사례 초반인 지난달 22~24일에는 중국 등 국외 영향이 58~69%에 이르렀으나, 후반기인 지난달 25~27일에는 32~51%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22~27일 전체로 보면 국외 영향(51%)과 국내 영향(49%)이 각각 절반씩 차지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하지만 지난달 22~23일에는 북서 기류를 타고 중국 베이징 주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중국 등 국외 오염물질 비중이 지난달 22일 59%, 지난달 23일에는 69%에 이르렀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남서 기류를 타고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국외 오염물질 비중이 58%를 차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지난달 25~26일에는 국내 대기 정체가 지속하면서 국내 오염물질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잔잔해지고 연직 혼합 고도가 감소한 것이다. 연직 혼합 고도는 대기오염 물질이 뒤섞이는 공기층의 높이를 말하는데, 지표에서부터 하늘 방향의 높이다. 높이가 낮으면 대기오염 물질 혼합이 잘되지 않아 지상에 고농도 오염이 발생한다.
이처럼 대기 순환이 잘되지 않은 데다 높은 습도가 유지되면서 기존 미세먼지 알갱이에 오염물질이 들러붙어 입자가 커지는 방식으로 미세먼지가 많아졌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입자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입자의 지름이 10배로 성장하면 미세먼지 전체의 무게(질량)는 1000배가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미 한반도에 들어온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이 많아 중국 영향이 51~70%를 차지했지만, 이날 오후부터는 국내 오염물질 영향이 59~82%로 우세했다. 이에 따라 25일 하루 전체로는 중국 오염물질의 비중이 51%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26일에는 중국발 오염물질 영향이 32%로 낮아졌다.

국립환경과학원 이재범 연구관은 "27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오염의 영향이 48%로 다시 상승했는데, 이는 한반도 남부지방에 이미 들어와 있던 중국 오염물질이 수도권으로 북상한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중국발 오염물질이 두 단계에 걸쳐 들어왔는데, 22~23일에는 질산염 성분이 많은 중국 북부에서, 24일에는 황산염 성분이 많은 중국 남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분석됐다"며 "베이징 쪽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황산화물 배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초미세먼지가 치솟은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다. 오종택 기자

한편, 지난달 25일에는 경기도의 초미세먼지(PM2.5)의 일평균 농도가 ㎥당 10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서울은 99㎍으로 2015년 공식 측정 이래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는 지난달 26일과 27일 공공기관 자동차 2부제 등 미세먼지 저감 비상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