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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날씨에 흔들린 KLPGA 국내 개막전...예비일 제도는?

중앙일보

입력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R가 강풍과 눈 등 기상악화로 취소된 가운데 그린에 눈과 강풍이 불고 있다. [사진 KLPGA]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R가 강풍과 눈 등 기상악화로 취소된 가운데 그린에 눈과 강풍이 불고 있다. [사진 KLPGA]

8일 제주 서귀포 스카이힐롯데 컨트리클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김지현(27·한화큐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끝까지 마음을 졸였다. 대회 내내 이어진 궂은 날씨 때문이다.

KLPGA 국내 개막전인 이번 대회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4라운드 72홀로 치러야 할 대회는 2라운드 36홀로 축소됐다. 이 대회는 지난해에도 1라운드에 내린 폭우 때문에 3라운드 54홀로 끝났다. 올해는 제주 특유의 강풍에다 기상 이변에 따른 눈까지 내렸다. 6일엔 평균 초속 10m를 웃도는 강풍 때문에 경기가 수차례 연기된 끝에 취소됐다. 이어 7일엔 강풍에 눈·비가 섞여 내렸다. 제주 현지 주민들조차 "4월에 서귀포에서 눈이 내리는 건 처음 본다"고 할 정도의 기상 이변이었다. VIP 라운지 등 대회 관련 일부 시설물은 연이은 강풍에 파손됐다.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R가 강풍과 눈 등 기상악화로 취소된 가운데 최진하 경기 위원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KLPGA]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R가 강풍과 눈 등 기상악화로 취소된 가운데 최진하 경기 위원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KLPGA]

날씨 때문에 이번 대회는 하마터면 공식 대회로 인정받지 못할 뻔 했다. KLPGA 규정에 따르면 36홀을 치러야 공식 대회로 인정된다. 강풍이 부는 내내 코스를 점검하던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퍼팅 그린에서 멈춰있던 공이 강풍 때문에 움직였다.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선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올시즌 국내 개막전이라는 비중을 감안해 월요일 경기까지 고려해 대회 파행을 막으려 했다. 최 위원장은 7일 "일요일에도 경기를 마치기 어렵다면 월요일로 연기해서라도 대회를 성립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8일 최종 라운드가 '무사히' 치러졌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초속 6~7m의 강풍에 일부 조의 경기가 지연됐다. 대회는 일몰 직전인 오후 6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일몰로 인해 모든 선수들이 18홀을 마치지 못하면 해당 라운드는 취소될 수 있었다. 경기가 지연되면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항공, 숙박 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36홀만 치렀지만 상금은 KLPGA 규정에 따라 72홀을 치른 것과 똑같이 지급됐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6억원,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6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라운드가 강풍으로 인해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9번홀 깃대가 강풍에 휘청이고 있다. [사진 KLPGA]

6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라운드가 강풍으로 인해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9번홀 깃대가 강풍에 휘청이고 있다. [사진 KLPGA]

장마, 강풍 같은 기상 이변으로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못하는 상황들이 매년 수차례 발생하면서 예비일 규정을 제도적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게 됐다. KLPGA와 KPGA(한국프로골프) 등 국내 투어는 예비일 제도를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KLPGA의 경우 예비일이 없는 대신 협회와 골프장, 메인스폰서, 선수회 등으로 구성된 대회 조직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따르도록 단서 조항을 둬 유동적으로 대회를 운영해 온 정도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자가 결정되지 않아 월요일까지 이어 치른 건 2005년과 2009년 등 두 차례가 전부였다. 예비일 제도가 없다보니 기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기 조직위원회는 바빠지기 일쑤다.

보통 PGA(미국프로골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에선 예비일을 두고 운영한다. 메이저뿐 아니라 일반 대회도 기상, 천재지변 등으로 순연될 경우 월요일에도 라운드를 치르는 예비일 제도를 운영한다. 이 때문에 일정 단축에 대해선 신중한 편이다. 36홀로 대회를 끝낸 경우도 흔치 않다. 2013년 LPGA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이 폭우 때문에 3라운드 36홀로 치러진 적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지난해 9월 LPGA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이 폭우로 인해 3라운드 54홀로 치러지자 미국 골프채널은 "메이저 대회로서 무게감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제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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