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믿을 수 없는 아파트 화재감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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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며칠 전 자려고 누웠는데 방 천장에 있는 화재감지기에 불이 켜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혹시 집안 어딘가에 불이 난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곳 저곳을 확인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기에 일단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곧바로 전화해 신고를 했다. 그런데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장마철이라 습기 때문에 오작동이 생겨 불이 들어온 것"이라며 "귀찮으면 감지기를 당분간 빼두면 된다"고만 말했다. 물론 집으로 와 감지기 상태를 살펴볼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주택에 설치된 화재감지기에 대한 점검을 철저하게 실시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 아파트에서 산 7년 동안 단 한차례도 감지기 점검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작동이 생겨도 확인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서 감지기의 성능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만약 집에 화재라도 난다면 어쩔 것인가. 불안한 마음뿐이다. 화재에 대비해 탈출용 밧줄이라도 준비해둬야 하는 것일까.

김미숙.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