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서 받았다는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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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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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창조경제’ 정책을 홍보하는 콘텐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PD는 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경영진이나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무한도전은 높은 인기 때문에 회사에서 건드리기 어려운 프로였다”며 “정권은 오히려 무한도전을 통해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싶어했다”고 답했다.

그는 “2010년 ‘한식의 세계화’ 아이템은 마침 생각하던 아이템이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지원도 받았지만 우리가 거부한 아이템도 많았다”며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이 CP(책임 프로듀서)에게 ‘창조경제’ 아이템을 다루라고 줄기차게 주문했지만 우리는 ‘못한다’며 1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끝내 말을 안 들으면 예능본부 선배들이 다칠 것 같았다”며 “제가 회사 명령을 거역한 것으로 하고 징계를 받으면 이 일이 무마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 행정관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한도전은 그간 방송에서 광우병·메르스·세월호 등 역대 정부의 실책을 풍자하는 자막으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김 PD는 자신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는지를 묻자 “저도 모른다”며 “2012년 파업 후 인사 불이익을 당한 동료들을 보면서도 더는 싸울 동력이 없었기에 정신없이 ’일에만 몰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사측이나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해 경영진에 찍혀 밀려난 동료들이 무한도전 때문에 버틴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올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털어놨다.

2006년 시작해 13년간 국민 예능으로 사랑받은 ‘무한도전’은 지난달 31일 시즌1의 마무리를 알렸다. 7일부터 3주간 ‘무한도전’의 스페셜 코멘터리 방송이 진행된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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