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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9.5' 쇼크] 중층에 직격탄…10%이상 빠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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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재건축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의 9.5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묻지마 투자가 사라지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5일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재건축단지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을 60% 이상 지어야 하고 내년 초 이후엔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원 분양권 전매도 제한돼 재건축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직격탄을 맞게 된 중층단지를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조정이 2~6개월 정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사업단계별 서울·수도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다만 이번 대책이 가수요 억제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 공급 확대 조치는 아니어서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중층 '타격', 저층 '미미'=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이 적용되는 사업승인 신청 이전 단계의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 단지는 18만여가구다.

이 중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정책만 고려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아파트는 대형 평형이 많은 중층의 재건축 단지다.

강남구 은마.청실.진달래1차.경복, 서초구 잠원동 한신 2.4차 등 기존의 중층아파트는 대부분 가구수 증가 없이 평형만 늘려가는 일대일 재건축인데 평형을 넓혀가려면 ▶전용면적 18평 이하 20%▶18~25.7평 이하 40%▶25.7평 초과 40%로 지어야 한다.

31, 34평형으로 이뤄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당초 33~52평형 4천4백24가구의 일대일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평수를 늘리려면 20평형대만 최소 8백80가구 이상 건립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30평형대에 살고 있는 조합원이 20평형대로 입주하기를 원하지 않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주거환경연구원 최태수 실장은 "상당수 중층아파트들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등의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기 단계의 저층.저밀도 아파트들은 단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대체적으로 중층에 비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대지지분이 넓어 대형 평형 공급계획이 많았던 곳은 무상으로 평수를 늘려 갈 수 있는 비율인 무상지분율이 줄거나 추가부담금이 다소 늘어나지만 사업성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대지지분이 넓은 고덕 B단지를 단순 분석한 결과 가구당 3백69만여원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지구의 한 조합장은 "당초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전용면적 25.7평 이하를 50% 정도 지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평형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사업추진의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포 저밀도지구는 중소형을 많이 지어도 전체 가구수를 늘리지 못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내다본다. 반포지구는 서울시가 기본계획수립 당시 인구영향평가에 따라 가구수를 기존의 1.4배밖에 늘릴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광명.과천.인천.안양시 등지의 저층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 비율이 60%를 넘는 곳이 많아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광명시 철산 주공2단지는 중소형이 60% 수준이고, 하안본주공 2단지는 74%다. 과천시도 지구단위계획에서 소형 비율을 충족한 상태다. 텐커뮤니티 김경미 팀장은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가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40평형 이상 일반.주상복합 반사이익=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이번 대책으로 최소한 2~3개월 정도 가격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사유재산 침해논란이 일고 있는 재건축 조합원 전매금지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조정은 내년 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지역 재건축 초기단계 아파트들은 연말까지 3~10% 정도 빠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는다.

이번 대책이 그동안 아파트값 상승의 진앙지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한 대책인 만큼 단기적으로 강남 재건축 초기단계 아파트들은 숨고르기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가수요가 몰려 단기 급등한 아파트는 10%까지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중층단지는 재건축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아파트값이 잠시 하락할 수 있으나 수급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희소성이 부각된 40평형 이상의 대형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대형아파트가 밀집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이번 대책으로 공급이 늘어날 20~30평형대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으나 40평형 이상은 품귀현상 속에 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초동 수퍼빌, 목동 하이페리온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에 투자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 아파트나 토지시장 등으로 시중의 부동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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