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파딩숲의 동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인간이 다른 생물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인간 스스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애니메이션 '파딩숲의 동물들'은 개발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동물들이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동물의 눈높이를 고집하며 그려낸다.

어쩌다 등장하는 인간들은 정면얼굴이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들'일 따름이다. 동물들이 개발에 위협을 느끼는 것도 인간의 눈에 보기좋은 숲의 경관이 파괴되서가 아니라 웅덩이와 계곡, 즉 생활의 기반인 습지가 없어지는 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한다.

그러나 '파딩숲…'이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훈계하는 작품은 결코 아니다. 우월감.냉소주의.열등감.이기심 등 동물들의 뚜렷한 개성은 현대 개인주의 사회의 축도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어느 동물인가는 군소리를 낸다. 이런 일행을 원만히 이끌고가는 여우의 지도력은 공동체의 운영원리에 대한 휼륭한 예시로 보인다. 비록 여정 동안 서로 잡아먹지 않기로 맹약을 맺지만 부득이한 희생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어린이 대상물은 매회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파딩 숲…'은 국내에도 번역된 콜린 단의 동화가 원작이다. 유럽에서는 1992년 첫회가 만들어진 뒤 95년까지 30분짜리 총39편으로 이어져 영국 BBC 등 20여개국 방송사에서 전파를 타는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 이 비디오를 출시한 곳은 독일출신의 임인덕 신부가 이끄는 베네딕도 미디어다.

90년대초부터 타르콥스키나 베리만의 작품들을 비디오로 소개해 예술영화팬 사이에서 이름을 얻은 베네딕도 미디어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캐나다 출신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는 사람' 을 시작으로 '하얀 꼬마 곰 라스''잊혀진 동물들'등 수작들을 출시해왔다.

할리우드 최신작도 극장에 걸리기도 전에 인터넷에 해적판이 나도는 세상이지만, 영리목적이 아닌 이들 작품의 유통경로는 그리 넓지 않다. 가톨릭계 서점을 제외하면 인터넷(www.benedictmedia.co.kr)과 전화(054-971-0630)주문만 가능하다. 시리즈 가운데 첫 네 편을 각 두 편씩 두 권의 비디오로 먼저 펴냈다. 우리말 녹음.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