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지키려면 기사 1만여명 더 필요 … 버스대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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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도(道)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 노선버스의 운행이 급격히 줄어드는 ‘버스 대란’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선 버스, 특례업종에서 제외 영향 #경기도에서만 8000명 새로 뽑아야 #업계 “인력 확보 어렵고 비용 부담 #차 세우는 수밖에 … 사실상 손놨다”

근로시간을 지키려면 1만 명 넘는 운전기사를 5월 전에 새로 뽑아야 하지만, 인력확보가 어려운 데다 인건비 부담도 큰 탓이다. 이 때문에 버스 회사들 사이에선 “가능한 부분만 운행하고, 차를 세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4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연합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당장 추가로 필요한 운전기사는 1만 2000명가량 된다. 게다가 최소한의 교육과 연수 기간 등을 고려하면 5월 전에는 충원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버스업계가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현재 서울, 인천, 부산 등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역은 1일 2교대제로 운행하고 있어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경기도, 강원도 등의 도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농어촌버스는 대부분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또는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로 운행하고 있다.

격일제의 경우 하루 평균 17~19시간을 근무한다. 법정 근로시간 8시간에 나머지 시간은 연장근로로 채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노선버스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이어서 노사 간 합의만 되면 연장근로를 사실상 무제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법 개정 과정에서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7월부터 연장근로는 무조건 주당 12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됐다. 격일제에 적용하면 이틀 정도 근무하면 다 소진되는 상황이다.

현재 전국의 노선버스는 4만 5700여대이며 시내버스가 3만 4400대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준공영제를 하는 특별·광역시의 시내버스를 제외하면 54%인 1만 8700여대가 도내 시내버스다.

버스연합회 박근호 전무는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도 최대 30%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보니 오히려 인력 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내버스 1만 1000여대가 몰려있는 경기도의 사정은 더 다급하다. 필요인력이 8000명에 달한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A 여객의 사장은 “사실 방법이 없어 손 놓고 있다”며 “지금도 기사가 모자란 상황인데 어떻게 그 많은 기사를 한꺼번에 구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안양지역의 B 운수 대표도 “기사들이 근무조건 좋은 서울이나 인천으로 많이 갔다”며 “설령 인력을 구하더라도 추가 경비를 혼자 감당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준공영제 버스 기사의 월 임금은 390만원 대로 다른 버스 기사(320만원)보다 20%가량 높다.

이 때문에 버스 업계에서는 ▶노선버스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을 1~2년 유예하고 ▶그 사이 인력 충원·비용 부담 방안을 마련하자고 요구한다. 연합회 박 전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준공영제를 통한 1일 2교대제 전환”이라며 “이렇게 하려면 인건비만 1조원 이상 더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도 “법 개정 과정에서 보완 또는 유예규정이 있었으면 충격이 덜할 텐데 아쉽다”며 “지금 대로라면 요금 인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버스연합회와 노조 등이 협의체를 구성했다. 김기대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장은 “운전인력 확보, 인건비 등 회사부담 경감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근로시간 단축 유예’에 대해 부정적이라 뾰족한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효정 고용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장은 “단축 유예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되기 때문에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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