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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찾은 中 국방부장, "美 보내는 신호" 강경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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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30일(현지시간)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선상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해군.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30일(현지시간)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선상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해군.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신임 국방부장(국방장관에 해당) 웨이펑허(魏鳳和)가 러시아를 방문해 자신의 방러가 “미국에 신호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 신임 장관 첫 순방지로 러 선택 #발트해·남중국해서 잇단 합동 훈련 "전략 협력 발전"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웨이펑허 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나의 이번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 간의 강화된 군사협력을 통해 미국에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고위층 인사가 공식적인 외교 석상에서 미국을 특정해 이렇게 강경한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취임한 웨이펑허 부장은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선택해 지난 1일부터 방문 중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군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알게 하려고 4일 러시아 국방부가 주최하는 안보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역내 영토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와 발트해에서 각각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진행한 발트해 해상 합동 훈련은 양국 교류 역사상 처음이었다. 러시아 함대 기지가 있는 발트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왔다.

웨이펑허 부장은 이와 관련 “양국 관계의 높은 수준의 발전과 전략 협력을 발전시키겠다는 양국 군의 결연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화답하듯 쇼이구 장관 역시 웨이펑허의 이번 방러가 “중국과 러시아의 특별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 웨이펑허 신임 국방부장(오른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러시아 국방부 제공]

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 웨이펑허 신임 국방부장(오른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통신은 중·러 양국이 최근 미국에 의한 단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단극체제는 한 국가가 세계 패권을 갖는 것으로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중국 군사 전문가 진이난(金一南) 중국국방대 교수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타깃으로 한다”면서 “이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을 강화한다면 서방에 재앙이자 미국 외교정책의 대실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대만 정부 인사의 교류를 가능케 하는 대만여행법을 발효시켜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무역 적자 해소를 명목으로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양국 간에 관세 전쟁도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와는 ‘전직 스파이 독살 미수 사건’을 계기로 외교관 맞추방으로 대립 중이다. 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국이 최근 냉전 이후 처음으로 독일 서부에 방공포여단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는 발트3국과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대응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강혜란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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