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똑바로 서야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때 고창됐던 「대학의 자유」대신 지금은 「교수의 권위」가 사회문제로 클로스업됐다. 대학에 대한외부의 간섭이 퇴색한 반면 교수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대학질서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교수의 권위가 무너진 것은 1차적으로는 정치 권위주의의 부산물이다. 여기에 아래로부터 학생의 도전이 가세했다. 권력과 학생의 사이에 놓인 교수사회에서는 기회주의 풍토마저 생겨 교수의 권위는 더욱 절하됐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으로 교수외 권위가 요구되는 때다. 오늘날우리 사회에선 대학의 위치와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
사회변혁을 가져오는 힘의 역동성은 대학에서 나오고 있다. 그중 특히 운동권이 주도하는 과격파 학생세력이 그 근원이 돼있다.
교수권위의 하향화, 학생파워의 비대화는 대학의 질서를 파괴했다. 서울대에선 돈 문제로 학생들이 총장실을 유린했다. 학생들은 가장 비천한 언어들로 교수들을 매도했다. 부산대에선 학생들의 과격한 탈선행동에 항의하여 다수 교수가 집단사퇴를 결의했다.
교수의 권위를 회복키 위해서는 교수들이 자신을 상대로 「의식혁명」을 해야한다.
그 첫째가 「스승의식」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교수들은 스승으로서의 긍지와 책임을 포기한 듯한 느낌이다. 잘못된 학생을 방관하고 말해야할 때 입을 다문다. 행동해야할 때 몸을 사린다. 그것은 결코 스승의 도가 아니다.
다음은 「주인의식」이다. 교수는 대학의 주인이다. 교육의 주체다. 학생은 대학을 구성하지만 주인은 아니다. 교수들이 학생과 학교와 교육에 대해 주인다운 자세로 임하지 않는 한 교수의 권위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외부로부터의 대학간섭은 사라졌다. 지금은 교수들이 「스승의 권위」와 「주인의 권리」로 대학을 지키고 질서를 잡아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논문이나 저서 발표가 없는 공부않는 교수, 운동권학생에 영합하며 보신만 꿈꾸는 사이비교수, 학생이 두려워 몸사리는 비겁한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런 교수가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대학의 물을 흐리고 교수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임엔 틀림없다.
그들이 하루속히 물러나 대학은 열심히 연구하고 책임감이 왕성하고 용기있는 교수들에 의해 주도돼야 한다. 학문적으로 존경받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교수가 대학의 주인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선 교수들만으로 파괴된 대학을 일으켜 세우기는 힘겨운 일이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대학재건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선량한 다수가 학생의 중심이 돼야한다. 학문외적 목표를 위해 폭력을 수단화하는 과격파학생이 학생의 대표로 군림하는 한 대학의 권위회복은 불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에서 「지성의 행동화」, 「행동의 지성화」가 함께 일어나 지성과 행동이 조화롭게 결합돼야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