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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로 선거 혁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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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2004년 17대 총선을 가장 공명하고 깨끗하게 치러 낸 경험이 있다. 선거 후 우리는 자부심을 느끼고 희망도 보았다. 그러나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정책 선거가 이뤄졌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요'였다.

이제 5.31 지방선거의 꿈과 과제는 '정책선거'여야 한다. 돈 적게 드는 선거, 공정하고 명랑한 선거만으론 부족하다. 정치 공동체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살림'이고, '좋은 살림'은 정책을 통해 가능하다. 공명선거가 절차의 정의에 관한 것이라면 정책선거는 실체적 행복에 대한 얘기다.

정책선거의 핵심은 무엇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매니페스토(Manifesto)공약 운동'에서 찾고 싶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중앙선관위가 매니페스토 운동을 중심으로 정책선거를 실현하고자 앞장서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매니페스토 추진본부'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 등 언론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정권 공약집'이다. 일찍이 영국에서 시작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적극 활용했다. 일본에선 2003년 지방선거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는 정당.후보자가 선거공약을 발표하면서 목표.우선순위.절차.기간.재원 등을 가능한 한 수치 형태로 담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공약을 지키겠다고 엄숙하게 약속하는 '국민과의 서약'이란 의미도 들어 있다. 유권자는 이런 매니페스토 공약을 보고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공약이 지속적으로 이행되는지를 평가하는 데 용이하다.

국민과의 약속,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형태, 이행과 평가가 강조되는 매니페스토 공약은 흑색.비방 등 네거티브(Negative)선거에서 정책 경쟁의 포지티브(Positive)선거로 전환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선거 후유증도 적고 국민통합을 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한 차원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선진선거 문화를 생각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매니페스토 공약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당.입후보 예정자.주민 모두가 매니페스토의 도입.실행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주민들은 매니페스토 형태로 공약을 제시한 후보들을 높게 평가하고, 그 공약을 꼼꼼히 따져 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에 매니페스토 운동이 성공하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서인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정당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