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파리에 첫 남성복 단독 매장 '솔리드 옴므' 우영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사진=김성룡 기자]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일요일 오전이었어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제 첫 파리 컬렉션이 예정돼 있었죠. 그 전날 밤에 패션계 인사들이 모인 큰 파티까지 있었어요. 비가 오는 일요일 아침에 과연 누가 제 쇼를 보러올까 걱정했었죠."

남성복 '솔리드 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사진)씨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며 말문을 열었다. "파리의 패션 협회장이 쇼가 참 좋았다며 애로 사항이 뭐냐고 물었을 땐 한숨 놓이더군요."

우씨는 다음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에 단독 가두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을 연다. 2002년 첫 컬렉션을 연 지 4년 만이다. 그것도 그냥 파리가 아니다. 파리에서도 예술계 인사들과 보보스족이 많이 살아 '아티스트의 아지트' 또는 '파리의 삼청동'으로 불리는 마레 지역이다.

"마레 지역은 남성 인구가 많은 곳이에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에게 제 옷을 팔려고 마음먹었어요. 파리에서 일요일에 상점들이 문을 여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죠. 평일엔 일하고 주말에 쇼핑하는 파리지앵들을 타깃으로 노린 거죠."

이번 매장 오픈을 위해 '솔리드 유럽'이라는 현지법인까지 설립했다. 단순 납품이 아니라 단독 경영을 염두에 둔 법인이다.

그는 2002년 첫 컬렉션 이후 매년 두 번 한번도 빠지지 않고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했다.

디자이너 우영미씨가 올 초 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솔리드 옴므의 남성복.

"파리는 반응이 느린 편이에요. 한국이었다면 새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6개월이면 끝나는 것이 예사지만 파리에선 꾸준히 컬렉션에 참가하는 것이 중요해요. 전 아직도 신진 디자이너로 불려요."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쇼는 오후 2시에 했어요. 대접이 나아진 거죠. 쇼가 끝난 후 프랑스 일간지 패션 담당 기자가 제 컬렉션에 대해 언급했더군요. '숨지 말고 파리에 빨리 매장을 열어라'는 기사가 아직도 생생해요." 이후 파리에 직접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솔리드 옴므는 외국의 편집숍 바이어들의 눈에 먼저 띄었다. 2004년 프랑스.영국.벨기에를 필두로 그동안 프랑스와 일본.홍콩.러시아 등에 있는 편집숍에 진출했다. 이렇게 영역을 확대하던 솔리드 옴므는 2월엔 부유한 파리지앵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르 봉 마르셰'백화점에 단독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파리하면 떠올리는 백화점은'프렝탕'이나 '갤러리 라 파예트'다. 하지만 이런 곳은 사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대중적인 백화점이다.

솔리드 옴므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18년이 된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캐릭터 정장 브랜드들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과 달리 그의 옷은 여전히 인기다.

"한국의 소비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 주요 고객인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쳐 흘러요. 인터넷을 통해 이미 세계의 패션 트렌드를 읽고 있는 젊은이들 때문에 저도 항상 변화를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이내믹 코리아'는 IT 제품의 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로서 그는 상상속의 완벽한 남성을 위해 옷을 만든다고 했다. "내 꿈 속에 완벽한 남자는 부드러운 남자가 아니에요. 똑 떨어지는 성격의 남성이죠." 그래서일까. 솔리드 옴므엔 그 흔한 꽃무늬 셔츠 한 장 없다.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솔리드 옴므. 솔리드 옴므의 '완벽한 남성상'이 유럽인들을 홀릴 날을 기대해본다.

글=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