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만 같던 후반 45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송시우가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가슴으로 받았다.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빙글 돌아선 이후 시도한 왼발 터닝 슈팅. 발끝을 떠난 볼은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이 몸을 날려 쭉 뻗은 손끝을 피해 골대 구석에 꽂혔다. 전광판에 '1-1'이라는 숫자가 아로새겨졌다. 승리를 기대했던 서울 팬들은 무거운 침묵 속으로, 값진 무승부를 거둔 인천 팬들은 뜨거운 환호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기형 인천 감독 "마지막까지 선수들 믿었다" 자부심 #황선홍 서울 감독 "첫 승, 믿고 기다려달라" 한숨
K리그1의 즐길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시우 타임'이 올 시즌에도 재현됐다. 인천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4라운드 서울과 원정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에 터진 교체 공격수 송시우의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인천 공격수 송시우는 후반 막판 상대 수비진의 약점을 파고들어 득점포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아 '수퍼 서브'로 주목 받는 선수다. 인천 홈 팬들은 송시우가 주로 득점하는 후반 막바지를 '시우 타임'이라 부른다.
승점 1점을 더한 인천은 승점 5점(1승2무1패)으로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서울은 A매치 휴식기 이후 심기일전하며 인천전 승리를 다짐했지만, 또 한 번의 무승부로 시즌 첫 승에 실패했다.
양 팀 모두 후반에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공격수들이 골 맛을 봤다. 서울의 선제골은 후반 10분에 나왔다. 속공 상황에서 안델손이 찔러준 볼을 에반드로 가 받아 왼쪽 터치라인 부근을 타고 들어가며 드리블 한 뒤,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인천이 동점골을 위해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올 시즌 잇단 선방쇼로 주목 받는 서울 골키퍼 양한빈을 뚫어내지 못했다. 미드필더 한석종이 전반과 후반, 각각 시도한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뒤 튀어나오는 불운도 있었다.
패색이 짙던 인천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나온 송시우의 골로 패배 위기를 벗어던졌다. 경기 후 이기형 인천 감독은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송시우가 후반에 조커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여 믿고 기용했다. 체력적인 부분이 올라오면 송시우를 선발 출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잡은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한 황선홍 서울 감독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 데다 홈에서 하는 경기라 무엇보다도 결과가 중요했는데, 팬들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자세를 낮췄다.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한 장면에 대해서는 "수비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긴 볼에 대한 예측이 미리 안 됐고,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일부 팬들이 '황선홍 아웃'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올린 것과 관련해 "팬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언급한 황 감독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서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