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는 곳마다 전화돌리느라 바쁜 日...고노 "북ㆍ일대화 안달 안해"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치자 일본이 이에 대한 '견제성 외교'를 펼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日 외무성, 30일 밤 기자회견서 밝혀 #북 관료 EU방문 앞두고 '전화 마와리' #"국제사회 최대한 압력 유지" 단속 #강연서 "북ㆍ일 대화 안달할 필요 없다"

지난달 30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밤 9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5개 국가 외무장관들과 전화 회담을 가진 내용을 발표했다. 고노 외상은 영국, 독일, 프랑스 외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국무장관직을 대행하고 있는 존 설리번 부장관, 강경화 외교장관과 전화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교훈을 기반으로 북한에 의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미사일 폐기를 실현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최대한의 압력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존 설리번 국무 부장관을 만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존 설리번 국무 부장관을 만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AP=연합뉴스]

고노 외상이 밤 늦게 이 같은 사실을 굳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북한 외무성 유럽2국을 맡고 있는 김선경 국장이 4월 초 유럽연합(EU)을 방문하기로 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 EU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 국장이 4월 초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김 국장은 EU 유럽위원회와 EU의 외무성에 해당하는 유럽대외활동청 고위관료와 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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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은 북한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이달 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대화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본 측의 관측이다. '최대한의 압력' 기조를 견지해온 일본이 북한 관료의 EU 방문에 앞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며 미리 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고노 외상은 지난달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스웨덴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공개했다. 고노 외상은 “당시에도 북한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섰다고 해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공통인식을 나눴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2일 도쿄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2일 도쿄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강 장관, 설리번 부장관에게도 남북, 북미정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긴밀히 연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고노 외상은 31일 고치(高知)시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안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고노 외상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일본은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은거냐라고 말하는 평론가가 있지만, 딱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안팎에서 제기되는 ‘일본 소외’ 비판론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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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 핵실험 징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 정보를 통해 북한 핵관련 시설 주변에서의 움직임D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처럼 (핵실험) 일부를 중단하는 것은 쓸모가 없다. 원자로에 콘크리트를 부어넣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들어가 완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대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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