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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 북한군 일본 점령 다룬 무라카미 류 소설 영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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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곽경택 감독

‘태풍’‘친구’의 곽경택 감독(40)이 무라카미 류(사진아래)의 소설‘반도에서 나가라’를 일본과 공동으로 영화화한다. 영화판권을 소유한 일본 아뮤즈엔터테인먼트와 한국 진인사필름의 공동제작 형식으로,‘태풍’급의 대작이 될 정망이다.‘태풍’의 현지개봉(8일)을 앞두고 최근 일본을 다녀온 곽 감독은 무라카미 등을 직접 만나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남 기자

원작소설은 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을 점령한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지난해 3월 일본 출간 당시 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런 논쟁적인 내용에 대해 곽 감독은 "일본 측에서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위기감을 조성해 극우적 분위기를 부추기는 작품이 아닐까 염려했지만, 전체 내용을 읽은 다음 연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이런 식이니까 주변 국가들과 잘 못지내고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인 데다, 극중 일제침략기에 학병으로 참전했던 의사의 입을 통해 나오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가가 북한에 대해 워낙 자세히 취재를 해서 쓴 작품이라 정서적으로도 한국감독이 연출하는 게 맞는 이야기"라면서 "양쪽에서 버림받은 두 집단의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국내에 번역출간된 소설은 사상초유의 일본열도 침략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일본 내 사회부적응자들의 문제, 그리고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는 특수부대의 긴장과 갈등이 주내용이다. 주요인물만 약 200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작가는 감독에게 재량껏 각색하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스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원작대로라면 양국 배우가 고루 출연할 전망이다. 장동건의 출연가능성에 대해 곽 감독은 "역할이 괜찮냐고 묻기에 또 북한병사 역할을 하고 싶냐고 반문했다"면서 "배우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민식과 기타노 다케시처럼 강렬한 배우들이 등장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촬영은 원작의 주무대인 일본 후쿠오카 현지와 국내 세트 등에서 내년 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태풍'은 8일 일본 내 25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곽 감독은 이 영화의 국내흥행이 기대에 못미쳤던 것을 빗대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기분"이라면서도 "국내에서 한 판 하고, 새 각오로 다시 해외에서 한 판 할 수 있다는 게 영화감독으로서 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소설‘반도에서 나가라’는=2010년. 달러폭락으로‘세계의 경찰’노릇을 포기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우호 분위기가 흐른다. 미국만 바라보다 극심한 경제불안에 처한 일본은 외교적으로도 고립무원의 상태다. 북한은 군부 강경파를 잠재우기 위해 반란세력을 자처하는 특수부대를 후쿠오카에 침투시켜 사실상 도시를 점령하는 비밀작전을 실행한다. 책 제목은 작전명. ‘고려원정군’으로 명명된 이 부대는 일본에 독립된 새 국가를 세우겠다고 밝힌다. 한글번역본은 출판사 스튜디오본프리가 지난 주말 상·하권으로 펴냈다. 작가는 탈북자 수십명을 인터뷰하고 관련서적 200여권, 중앙일보일본어판을 비롯한 20여개 인터넷사이트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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